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
  • 영광21
  • 승인 200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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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원의 <재경영광군향우회장>
캥거루는 임신기간이 30~40 일로 매우 짧다. 자궁 내에 태반이 없으므로 크기 2.5㎝ 몸무게 1g 됐을 때 조산한다. 대추알 크기정도의 새끼는 육아낭 안에 있는 젖꼭지를 빨며 자란다. 어미 주머니 안에서 6~12개월 동안 자라서 독립한다. 자궁 안에 있는 기간보다 육아낭에서 자라는 기간이 훨씬 길다.

다른 동물들도 그렇지만 캥거루는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보호하는 편이며 새끼도 다 클 때까지 육아낭이나 어미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말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원인이야 따져서 뭐하랴만 대학생 신분으로 고급승용차에 고급 레스토랑에 용돈을 물 쓰듯 한다. 중견간부의 월급보다 많이 쓰던 습관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번 길들여진 달콤한 입맛은 쉽사리 버리기 힘들다. 본인의 욕구와 부모의 무분별한 과보호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하룻밤 술값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땀을 흘리며 일하기엔 이미 달콤한 맛에 길들여 버린 것이다. 그 수준에 맞는 일자리가 얼마나 있겠는가. 자기의 능력으로 살아가려는 노력보다 부모 곁을 맴돌며 무위도식하는 편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지리산 문수사에 들른 적이 있다. 덩치 큰 반달곰이 목에 금메달을 걸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왠 사람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구느냐며 잠에서 깨어나더니 먹이를 주자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먹었다. 아주 능숙한 솜씨였다. 몇년전 새끼 반달곰 여섯 마리를 6개월 동안 키워 200㎏이 넘자 산에 방사를 했단다. 산골짜기를 누벼야할 반달곰이 멀리 가지 않고 밤마다 절 주위를 맴돌아 억지로 쫓으려 했다.

계속해서 곰이 절에 돌아와 하는 수 없이 다시 울안에 가둬 놨다고 했다. 때에 맞춰 먹이를 가져다 주겠다 걱정거리가 없었다. 야생 본능을 잃어버린 곰에게 철창은 감옥이 아니라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안식처인 샘이다. 곰의 입장에선 험한 산을 헤매며 먹을 것을 얻고 사냥꾼이나 온갖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도 없기 때문이다. 반달곰은 살이 통통 찌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천하에 태평스런 모습으로….

또 오래전에 제주도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날 서귀포앞 밤섬 주변에서 낚시꾼들에게 옥돔이 많이 잡혀 횡재를 했단다. 발 없는 소문은 순식간에 서귀포 시내에 널리 퍼져 며칠 동안 낚시꾼들로 야단법석이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근처에 있는 가두리양식장 그물에 구멍이 나서 고기들이 도망갔었단다. 고기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고기들이 야위어 있더라고 했다. 망망대해로 나가자마자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는 얻었을지 모르지만 먹을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으니 훈련이 안된 고기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는가. 가두리 양식장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가끔 덩치 큰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병원을 찾는 엄마들이 있다. 치료하는 중에도 안절부절 못하고 아픈 증상을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을 대신해서 질문에 답한다. ‘아직 우리 애는 어려서…’ 엄마보다 훨씬 큰 학생을 갓난 아이 다루 듯 하는 엄마들을 볼 때면 우리 안에서 낮잠 자고 있던 반달곰 생각이 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