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 지역에 대한 애정 버리지 않겠다”
“학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 지역에 대한 애정 버리지 않겠다”
  • 박은정
  • 승인 201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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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목표로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지도 … 지역출신으로 평생교육원 개설 일자리창출 기여
■ 인터뷰 - 영광실업고등학교 나승만 교사

1975년 3월 임용돼 오는 10일 퇴임하는 영광실업고등학교 나승만 교사는 교사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학생들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 또 공직자로서도 맡은 바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매사 모범이 된 교사다.
특히 지역출신으로 모교인 영광실고에서 학생들이 실습 기자재인 지게차 굴삭기 블도저 등을 이용한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개설해 주민들을 직접 지도하며 주민복지에 앞장섰다.
지금까지 35년간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오는 10일 영광실고 영송관에서 10시30분 퇴임식을 갖는 나승만 교사를 만나 퇴임소감과 그동안의 교육소신을 들어 봤다.
/ 편집자 주

● 먼저 영예로운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오는 10일 퇴임하는데요. 퇴임소감은 어떤지요
지금까지는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아직은 방학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퇴임이라는 말조차도 어색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새학기가 되면 느끼게 되겠지요. 혹시 새학기가 되더라도 퇴임도 잊은채 출근준비하고 학교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평소 가지고 있는 교육소신과 오랜 교직생활중 선생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을 지도하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지식위주의 교육보다는 참된 인간적 심성을 기르는데 더 역점을 두고 공부,공부하지 않고 착하고 바른 학생이 되라는 이야기를 더 자주했습니다. 전문계고등학교에서 더 많이 근무를 했기에 때문에 더욱 인성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공고, 상고, 종고 등에서는 전문적 지식이나 자격증취득에 너무 강조하다보면 사회에 나가도 적응하기 힘들뿐 아니라 그 조직에서도 버텨 나가기 힘들 것 같아 참된 인간육성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 지금까지 걸어온 교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됐던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학창시절 담임을 맡았을 때 퍽이나 속을 썩이던 제자가 선물꾸러미까지 들고 학교를 찾았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던 때가 있었습니다. 날마다 사고만쳐 경찰서와 학생과를 밥먹듯이 드나들던 제자가 사회에 나가서 직장을 구하고 그곳에서 열심히 해 조직 내에서 간부급이 돼 학교를 찾아와 지난날을 이야기하고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에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고맙기보다는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서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밀린 업무와 교사의 무관심 등으로 기회를 골고루 주지 못해서 서운하지 않았을까 후회를 했던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를 만날 때면 교사가 되기를 잘했다고 만족하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 특히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고향인 영광에 머무르면서 학생들과 지역교육발전을 위해 많은 과업을 쌓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와 업적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1980년 중반 고향에서 근무하다가 타 지역으로 가 30여년을 머물다가 퇴임 4년을 남겨두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교직자들이 선망하는 광주시내 근무를 마다하고 고향으로 오기까지 고심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라도 남은 세월 고향을 위해 일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왔었습니다. 부풀었던 기대에 마치지도 못하고 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가 버렸습니다. 지역주민이면서도 저에게는 모교인 영광실고에서 할 일도 많았고 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전문계고교인 만큼 해당학과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재학생 모두에게 평균 2~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도했던 보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못다한 아쉬움이 더욱 발길을 무겁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영광군과 한수원을 찾아다니면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요청해 학교 내에 평생교육원을 설치, 지역주민에게 포크레인, 지게차 등 건설장비관련 자격증취득을 취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동료교사들과 죽기 살기로 가르쳐 100여명 넘게 자격증을 취득한 일은 어려운 지역여건과 일자리를 찾는 일에도 큰 보탬이 됐으리라 믿습니다.
아직도 지역내에서 실고하면 좋은 이미지가 아니어서 학교보내기를 싫어하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많은 현실속에서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퇴임을 하더라도 이점에는 관심을 저버리지 않고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 교직을 떠나면서 지역교육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광의 미래는 교육에 있고 교육이 곧 영광의 미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선 고향학교보내기부터 해야 됩니다.

우리지역에는 전국에서 내 놓으라는 인문계고교도 있고 전문계고교도 있습니다. 꼭 외부로 학교를 보내려고만 말고 아이들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인문계든 전문계든 선택해서 부모와 함께 살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청소년문제에도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고향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건전하게 커가는 모습에서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그동안 몸담았던 학교의 제자들과 동료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그동안 여러지역 학교를 다니면서 수많은 제자들과 만나고 헤어져 왔습니다. 이번에 헤어지는 것만큼은 다른 때와는 다른가 봅니다. 교단의 마지막 학교에서의 헤어짐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학생 여러분 선생님들과 변함없는 애정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해 주길 바랍니다.

학교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교육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고향사람으로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떠나게 됨을 더욱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떠나더라도 늘 드나들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고향 후배들에게 더욱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퇴임후로도 학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 지역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