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들의 싸움에 견주더라도 얻어맞은 편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항복이나 아첨에 해당한다. 진정한 화합은 힘이 센 쪽에서 힘이 약한 상대편에게 두들겨 팬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 때 두들겨 맞은편이 그 손을 편안하게 잡을 수 있어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화합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갈등과 상극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해도 화합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가야 할 길이기에 진솔한 말과 성의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도저히 갈 수가 없는 길이다.
그런데도 높으신 분은 틈만 나면 화합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서 고위 공직자에 내정한 사람들을 하나같이 범법자로 구성해 놓은 현실 앞에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말로는 화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국민들이 탄식을 하는 것이다. 너도 말할 수 있고 나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만 화합에 당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 위정자들이 외치는 화합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에 다름 아니다.
문이란 한국인의 삶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남과 나, 밖과 안을 나누는 경계 구실을 하지만 성소와 속세, 저승과 이승을 가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문에 대해서 다양한 속담을 남길 정도로 문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문은 모든 길흉화복이 드나드는 길목인 동시에 염원과 기원을 담은 행복의 상징이기도 했다.
우리가 화합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그 마음에 바탕을 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지켜보면 겉으로는 화합을 하겠다고 하면서 마음에는 빗장을 걸고 애당초 행동으로 옮길 생각조차 않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참으로 답답할 일이다. 무슨 놈의 고집이 그렇게 센지, 아니 고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오기에 가깝다. 이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독기마저 느껴져서 섬뜩하다.
물론 한 국가를 이끌려면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에 의한 리더십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독선이 돼서는 안된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의 말이라도 차분히 듣고 깊이 생각을 한 뒤에 행동으로 옮기는 게 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화합을 할 요량이라면 칼자루를 쥔 쪽의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마땅하다.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이 없는 화합은 있을 수가 없다. 독선으로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합을 해야 하고, 화합에 이르려면 소통이 돼야 하고,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부디 소인배의 아집을 버리고 지도자의 덕성을 다시 공부하길 당부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 oneheart@yg21.co.kr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