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는 이를 앞장서 비판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자녀나 친·인척들을 특혜로 특채한 사례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아들인 노 모씨는 지난 6월 홍재형 국회부의장실의 4급 상당 기획비서관으로 채용됐던 사실이 드러나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26세로 별다른 공직경험도 없는 노 모씨가 국회 4급 직에 채용된 것은 특혜나 청탁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5급 입법고시에 합격하는 데도 400~50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다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는 8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에 근무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와 같은 비슷한 특혜사례는 일부 다른 의원들에게서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송광호 의원은 딸을 5급 비서관으로, 정양석 의원은 친동생을 보좌관으로, 민주당의 박은수 의원은 친동생을 비서관으로 고용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의 이정선 의원은 남동생과 남동생의 처남, 시동생, 조카 등 4명을 보좌진으로 채용했다가 지난해 교체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4급 2명과 5급 2명, 6급 7급 9급에서 각 1명씩 모두 7명을 채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의원이 보좌진을 마음대로 뽑아 쓰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항변하기도 해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동료의원, 후원회장의 자녀 등을 보좌진으로 뽑아 쓰는 특혜성 특채가 현실이고 관행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같은 행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논란과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 자명한데 반성은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었다.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그들이 스스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원칙을 어겼으면서도 자신들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듯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다.
특혜성 특채가 만연돼 있는 한 취업 준비중인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은 아무리 노력해 봐야 별로 희망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다. 다음으로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전문성이 없을 경우 의원의 의정활동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정책 생산기능과 견제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인들은 흔히 공정한 사회구현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지키지 않는 공정한 사회원칙을 국민들에게만 강조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럴 경우 민주주의 발전도,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소진이 제나라 왕에게 한 말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굶주린 자라도 오훼(烏喙 까마귀의 부리)만은 입에 대지 않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죽음을 재촉하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인간세상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혼자일 수 없고 서로서로 관계를 맺는 존재이며, 그 관계의 얽히고설킴이 사회이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가장 슬기롭게 풀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스로 본분에 벗어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자격이 없음은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라고 생각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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