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기 / 전 군남중 교장

영광읍 도동리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만난 그는 연륜에서 우러나는 내면 깊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고소한 냄새가 담장을 넘어 집안의 행사를 가늠하며 문 씨와 마주한 그날은 2년전 사별한 아내의 기일로 만남을 다소 숙연하게 했다.
법성면 법성리 검산마을에서 3남3녀중 다섯째로 태어나 법성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중등계사범학교를 마친 문 씨는 모교인 당시 사립이었던 법성중에서 초임시절을 보내고 공립초등학교인 동명초, 영광초 등을 거쳐 해남북중, 영광여중, 영광중 등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문 씨는 백수고등학교에서 교감을 지냈고 고흥 백양중, 군남중학교에서 교장을 지내다 지난 1998년 2월 퇴임했다.
문 씨는 “학생들의 교과지도에도 주력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성에 중심을 두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지도했다”고 지난 교직생활을 돌이켰다.
과학교과를 담당했던 문 씨는 교감, 교장 승진후에도 학생들의 지도 잡무 등으로 미처 교사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부분을 도우며 아버지 같은 자상함을 베풀어 마음 따뜻하고 인자한 상사 또는 선배로 함께 한 교사들은 기억하고 있다.
교장을 퇴임하고 그간 함께 한 동료 교직원들과 자주는 아니었지만 간간히 왕래하며 소식을 전하던 문 씨는 지난 2005년부터 보람된 일을 찾아 봉사하며 새로운 기쁨을 찾고 있다.
그것을 다름 아닌 영광한전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에서 한글을 지도하는 것.
한글을 몰라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지역의 어르신들을 화, 수요일 1주일에 두번씩 만나고 있는 문 씨는 이해가 늦은 연로한 어르신들에게는 1:1 개인지도까지 펼치는 열성을 보여 수강생들의 인기가 높다.
이렇게 지역의 문맹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문 씨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지역 어르신들이 있고 당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한글지도 봉사를 이어 갈 것을 약속했다.
문 씨는 한전문화회관에서의 한글강좌가 없는 날에는 영광읍 우산공원 입구에 위치한 남극제노인정을 찾아 어르신들과 바둑, 장기 등을 두며 세상살이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이하게 마당 한켠에 곱게 집을 지어 마련한 부인의 영정사진과 유골함에서 먼저 떠난 부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문 씨는 효심 깊은 2남2녀의 자녀와 10명의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큰 걱정없이 노년을 보내고 있어 행복해 보였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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