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는 나누고 섬기는 사회의 초석
기부문화는 나누고 섬기는 사회의 초석
  • 영광21
  • 승인 201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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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달력은 어느새 2011년을 향해 막바지 힘을 쓰고 있다.

어느 해나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유달리 나라 안팎으로 여러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런 일들 때문에 없는 사람들은 이 겨울이 마냥 춥기만 하다. 몸만 추운 게 아니라 마음까지 춥다.

공동모금회의 비리가 일파만파로 온 국민의 정성을 얼어붙게 만들어 불우이웃돕기 기부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받은 성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받은 액수의 15%에 미달하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사랑의 손길도 근 20%나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연말이면 많이 배달되던 사랑의 연탄도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복지기관을 찾던 발길도 현저히 뜸해졌다고 한다. 몇 사람의 비리가 어렵고 버겁게 사는 이웃에게 끼친 해가 얼마나 큰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강철희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7만3,200원으로 기부총액은 6조1,798억원으로 기초생활보장급여 예산을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총생산에 대비하면 0.58%로 미국의 2.3%나 영국의 0.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그리 많이 뒤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미덕이 공동모금회의 비리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이번 사건이 복지기관과 단체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 공적인 기관이 모두 다 그래야지만 기금을 모으고 기부로 운영되는 단체들은 특히 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기부금의 어떤 유용이나 남용도 결과적으로 약한 사람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을 돕는 아름다운 손길을 막는 것이므로 모든 비리 가운데 가장 추악하고 비겁하며 반사회적인 범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기부와 관계된 활동에는 특별한 사명감과 도덕성이 필요하다. 공동모금회의 비리 때문에 기부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다지 정의롭지 못한 것 같다.

몇몇 사람의 잘못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을 방치하는 것은 그들을 더더욱 서럽고 우울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모금회의 잘못 때문에 모든 복지기관이나 기부단체를 불신하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고 서로 나누고 섬기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장애가 돼서는 더욱더 안된다.
우리 주변에는 투명하고 성실한 기관들도 많이 있으니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부하는 아름다운 관행이 계속 이어져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찍이 중국의 전국시대에 순자의 문하생이었던 초나라 상채 사람인 이사李斯가 진나라로 가면서 한말이 가슴 한 구석을 심하게 아프게 한다. “이 세상에서 비천한 것보다 더한 부끄러움은 없으며 가난보다 더한 슬픔은 없습니다. 비천하고 가난한 처지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세상의 부귀를 비난하고 남의 출세를 미워하며 몸을 무위자연의 심경에 맡겨 스스로 고상하다고 하는 것은 선비로서의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라고 한 말이 마치 이상주의인 필자를 겨냥하고 한 말인 것처럼 여겨져서 만감이 교차해 착잡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