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춘련들은 집안의 기둥이나 대문, 문설주 등에 두루 붙인다. 또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춘련에 흔히 쓰이는 글귀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또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뜻인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를 썼는데 이들은 모두 그 해의 복을 비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또한 입춘 세시풍속 가운데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다. 적선공덕행이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한해동안 액을 면한다고 믿은 것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곱게 다듬거나,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을 지어다 놓는 것들이다. 그것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남몰래 해야 한다고 한다. 24절기의 첫번째인 입춘은 이렇게 어려운 이웃까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는 날이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교훈들이 오늘날에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 이웃을 경쟁상대로만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로 섬기고 나누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나만 잘 살면 되지 남까지 생각할 필요가 뭐 있냐는 식의 사고방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치권을 보면 더욱 가슴이 답답하다.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예산을 강행 처리한 것을 빌미로 두달씩이나 문을 닫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보따리를 풀어놔도 시큰둥하다. 아마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라서 그랬을 것이다.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올해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민생과는 아주 동떨어진 얘기를 했으니 뻔한 결과다.
서민들은 입춘이 지났는데도 몰려오는 한파 때문에 더욱 춥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뒤로 후퇴하는 복지정책 때문에 여느 때보다 힘겹게 살고 있는데 대통령이 개헌이나 얘기한 것은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체 시치미를 뗀 것일까? 구제역과 조류독감, 청년실업 등으로 당장 살 길이 막막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정치의 핵심은 끊임없이 민심을 살피고 들어주는 것이다. 내년이 총선이라 국회의원들은 아마 다 지역구에 다녀왔을 것이다. 지역구에 다녀왔으니 지역의 민심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니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국민을 편안하게 할 것인지 잘 알 것으로 믿는다.
비록 민생을 풀 대책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켰다고 하더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을 둘러보고 갔으니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알 테니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한 번 더 속아보는 수밖에….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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