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야 새가 된다
둥지를 떠나야 새가 된다
  • 영광21
  • 승인 201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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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아 / 최병래(영광교직회장)
대나무 죽순은 땅위에 올라오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자란다. 종류에 따라서는 하루에 120cm를 자라기도 한다. 대나무의 성장기간은 20~50일이다.

다 자란 대나무는 크지도 굵지도 않고 자신을 튼튼하게만 만든다. 어미 대나무는 성장기에만 에너지를 공급한다. 혼자 살 수 있을 만큼만 키운 다음 자기 힘으로 살아가도록 철저하게 영양공급을 중단한다. 민들레는 씨앗을 바람에 실어서, 냇물에 띄워서, 새나 곤충의 몸에 붙여서 최대한 멀리 보낸다. 대나무와 민들레의 완전하고 철저하게 독립시키려는 냉혹함에서 어미의 참사랑과 삶에 깊은 지혜를 느낀다.

인생은 크고 작은 떠남의 과정이라고 했다. 정자와 난자가 모체를 떠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생리적인 헤어짐이 첫번째 떠남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자란뒤 탯줄을 끊고 세상에 태어나는 생물학적인 헤어짐이 두번째 떠남이다. 30년 동안 어미의 보살핌속에서 성장하고 짝을 만나 새로운 삶에 둥지를 찾아 떠남이 세번째 떠남이다.

자신이 낳은 자녀를 결혼시키면서 독립하는 자녀로부터 떠나는 과정이 네번째 떠남이다. 그리고 이 세상과 영원히 결별하는 죽음의 과정이 마지막의 떠남이다. 부모는 잘 떠나보내야 하고 자녀는 잘 떠나가야 완전한 독립체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 할 수 있다.

2011년 새학기가 됐다.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에게는 가정을 떠나고 부모를 떠나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는 아이에게는 대단히 큰 변화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3월은 새로운 비전속에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생활 한가운데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삶의 질이 교육의 질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도전에서 오는 위험과 모험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삶을 터득한다.

학교는 그 작은 실습현장이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삶의 밝고 어둠을 체험하며 보고 듣고 느끼면서 철이 든다. 우리가 처한 삶에 현장은 크고 작은 역경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그 답을 찾으면서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공부한다. 이러한 다양한 교육방법들은 미래에 잘 떠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부모의 지나친 보호를 받는다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독립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생후 10~12개월부터 수저를 들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게 돼 있다. 이는 독립하고 싶은 본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불안과 걱정때문에 자녀를 신뢰하지 못하고 통제나 간섭만으로 과잉보호하는 일은 사랑을 베푸는 진정한 방법이 아니다. 부모의 짙은 그림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옅어지고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녀에게도 비록 좁고 작지만 자녀의 자리와 역할이 있음을 인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부모라는 특권으로 아이의 자리와 역할을 빼앗아 버린다면 아이는 가야 할 방향을 잃고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찾기 위해 방황하게 될 것이다.

소중한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명분아래 몸과 감각만을 순간적으로 즐겁게 해 주는 것은 참다운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순간의 어려움속에서 정신을 살찌우고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된 개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창의적인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다.

새는 날개에 힘이 붙으면 둥지에서 새끼를 떠나보낸다. 이것이 참으로 사랑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