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점검 계획 ‘지자체·감시기구는 의견개진’으로 역할 한정

“우리는 천우신조로 일본처럼 값비싼 수업료를 치루지 않고 현단계에서나마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총체적으로, 확실히 해야 한다.” 정부가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국내 원전 안전점검 세부계획을 심의·확정한 후 나온 지역내 원전 관련 전문가의 반응이다.
이 같은 정부당국의 계획은 종전의 안전규제 전문기관과 원전사업자 위주의 점검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간전문가들을 균형있게 포함해 점검단을 구성함으로써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해관계가 있는 원전 부지별 지자체와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모니터링 및 원전사업자의 의견개진 기회를 부여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알려져 자칫 빛좋은 개살구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영광을 비롯한 원전 소재지역에는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설립돼 환경방사능 분석을 비롯해 원전 안전 및 방사능 방재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어 구속력이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후 22~23일 영광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부터 모니터링 참여 등에 유선상 협의가 있었지만 단순 의견개진에 그친다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감시기구 관계자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21일 교육과학기술부 주도아래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교과부장관)는 ‘국내 원전 안전점검’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국내 원전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확정한 점검 기본방향은 지진 발생 → 대형 지진해일 및 태풍 발생 → 전력차단 → 원자로 노심 용융 등 대형 원전사고 발생 → 비상대응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자와 안전규제 전문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간전문가를 균형있게 포함해 합동점검반을 편성하고 산·학·연 관계전문가를 참여시킬 방침이다.
또한 원전 인근 주민과 부지별 민간환경감시기구 등으로 민간참여반을 구성, 점검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개진토록 해 이를 점검에 반영하고, 그 결과는 수시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4월말까지는 1차 점검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 대해서도 현재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할 원전 관련 안전점검이 시급한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촉박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영광원전민간감시기구 모 위원은 “23일 열린 점검단 회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점검을 실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며 “불에 콩 볶아 먹듯 정해진 틀에서 도제식으로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이번 안전점검에서 실재 적용해 보는 방안을 그려보는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의 원전사고 및 그동안의 점검체계를 반추할 때 확실한 안전점검이나 방사능 방재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와 연구기관, 원전사업자, 해당 지자체 등이 공동참여하는 점검반(협의회)을 구성해 총체적인 점검을 수행하는 것이 상호신뢰 회복 및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은 영광원전민간감시기구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지난 18일 전달했으나 큰 틀에서는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어 형식에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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