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
수산업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
  • 영광21
  • 승인 2011.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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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무슨 연유인지 근래 들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구설수에 오른 영광군수협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하고자 한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 내린 협동조합의 정의를 보면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단결해 조직한 결사체로서 평등한 권리와 의무의 기초위에서 그들의 책임하에 한가지 또는 두가지 이상의 경제사업을 경영함으로써 조합원들의 물질적, 정신적 혜택을 충족시켜주는 경제제도의 하나이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수협은 자발적으로 결성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11년 6월에 제정된 총독부 어업령과 1912년에 발표된 어업조합규칙에 의해 1912년 12월30일 거제도 어업조합이 최초로 설립됐으며 1941년 말에는 206개의 어업조합이 있었고 조합원 총수는 15만6,000여명이었다.

어업조합은 조직을 확대, 강화하고 각종 사업을 전개하면서 어업생산을 조장해 장려했으나 그 뒷면의 진실은 민족자본을 억제하면서 어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수탈했던 것이다.

그리고 해방후에는 군사정권에 의해 1962년 법률 제1013호로 수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됐고 수차례의 개정을 거친 뒤에 1979년 1월 ICA(국제협동조합연맹)에 가입해 형식적으로나마 협동조합의 행세를 했다.

하지만 수협은 독재정권의 시녀였지 어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아니었다.
날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대적 약자가 된 어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수협이 오히려 정권의 비위나 맞추며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수산업협동조합법>을 살펴보면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어업 및 수산물가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무릇 모든 법은 그 목적에 충실할 때만이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수산업협동조합법이나 정관은 여러 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보다는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구조가 됐다.

조합원보다는 조합과 임직원의 이익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개악이 된 것이다. 특히 ‘수산업협동조합법 제60조(사업)’을 보면 예전보다 조합원들에게 훨씬 불리하게 개악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영광군수협 이용가공사업소’에서 수년동안 엮거리를 해 생계를 꾸려가던 아줌마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주민들은 몹시 분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사건은 계약서만 없을 뿐이지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와 마찬가지인 일이라서 더욱 분개하고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수협은 이제라도 무엇 때문에 수협이 존재하는지를 다시 살피고 수협법과 정관에 정한 목적에 보다 충실하기를 감히 충언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