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
마중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
  • 영광21
  • 승인 2011.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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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찌 보면 고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거대 기업이 세계 식량공급의 대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물의 씨앗에 대한 권리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수십억 마리의 가축들이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로 끔찍하고 비참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밭과 작물, 농산물에 뿌려지고 물과 흙 또 공기속에 스며든 화학약품들에 의해 인간과 동식물들이 모두 점점 더 심하게 중독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공장식 사육장의 가축들에게 주기적으로 투여되는 항생제에 대해 점점 내성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유전자 변형작물은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환경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인간들은 그 사실을 애써 비껴가려고만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구상의 한 쪽 끝으로 식품을 운반하거나 때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쓰이는 수십억톤의 화석연료는 지구의 기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나는 날마다 악몽을 꾸고 있다. 자신들의 뜻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만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송을 걸어 상대방을 굴복시킬 만큼 그들이 가진 힘은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다. 많은 기업들이 정치가들의 선거전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그 힘을 멋대로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추진하는 계획에 대해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그 보상을 챙긴다고 할 수 있다. 돈과 권력의 혜택은 세계라는 무대에서 갈수록 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사실 인간의 뇌라는 기관은 아주 놀라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인간의 두개골속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세포로 이뤄진 해면조직은 우리가 상상하기에도 벅찬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육신과 마음이 유리되면서 그 능력을 주로 악마적인 목적에 이용하고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보면 그런 일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도 남는다.

사람의 지성은 사랑과 연민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 않으면 그 사람이 똑똑할 수는 있으나 지혜로울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한가지 사실이 있다. 제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제 아무리 감동적인 일을 성사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일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노력한 수많은 민초들의 도움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그 일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화’라는 과정에서 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 농부가 피땀 흘려 모은 이윤을 부자들이 ‘도둑질’하는 것과 물질주의적 서양 생활양식의 확산, 부와 명예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점차 획일화돼 가고 있는 문화의 일면들, 위선 등이 세상살이를 어렵게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진짜 건강하게 지내고 강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란 자아에 의해 조정되는 물질적인 존재’에 불과하며 몸과 마음의 아픔이 치료가 돼야만 비로소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마중물(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이 돼야만 이 땅을 ‘살만한 세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