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묘한 설명회
주객이 전도된 묘한 설명회
  • 영광21
  • 승인 2011.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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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원전 안전점검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한다는 취지로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지역의 내일을 걱정하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설명회 자체가 무산됐다.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역주민들에게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설명하기 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본 주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전문가라는 집단의 생각이다.

자신들은 모든 것을 알고 해결책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는 식의 우월감, 혹은 지나친 자만심에 빠져 지역주민들을 무지렁이로 취급하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제발 세상을 기계적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 유기적인 세상을 단순히 기계적인 시각으로만 보고 있으니 결론은 항상 ‘절대 안전’이라는 오답밖에 내놓지 못한다. 핵발전소는 언제일지는 모르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지을때는 가장 먼저 발전소가 건설되는 지역의 지반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고 다음으로 냉각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인가를 검토한다. 그 다음에 최악의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을 택한다.

대한민국에 비해 기초과학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과학기술이 훨씬 앞선 독일이 무엇때문에 장차 핵발전소를 폐기하겠다는 결정을 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2011년 6월6일 독일 연방정부는 17기의 핵발전소 폐쇄계획이 담긴 법안을 승인했다. 이 일을 계기로 총 2만480㎿ 용량의 핵발전소들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된 신형 발전소 1기와 건설한지 오래된 낡은 핵발전소 7기는 지난 3월 정부가 선언한 모라토리움(moratorium-굳이 우리말로 바꾸면 지불유예란 말밖에 없음)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곳에서는 다시 전력을 생산하게 되는 일을 우리는 보지 못할 것이다.

독일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세계대전을 2번이나 일으켰을 정도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에 다다른 뛰어나고 풍부한 과학기술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앞으로 2015년, 2017년 그리고 2019년에는 3기의 핵발전소가 중단될 것이고 2021년에는 다시 3기의 핵발전소가 중단되고 2022년에는 가장 최근에 건설된 3기의 발전소까지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2010년을 기준으로 전력생산에서 17%의 비중을 차지했던 핵에너지는 11년 이내에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독일 원자력에너지법의 개정을 통해 핵발전소 폐쇄는 법적인 구속력을 갖게 됐다. 핵발전소 폐쇄경로에 대해서는 독일 정당간에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일 국민의 약 80%, 그러니까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은 원전에 의지하고 있는 에너지 체계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독일은 핵발전소 폐쇄를 가속화하는 정책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 확대정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부가 이번에 결정한 것은 사용이 중단되는 핵에너지를 청정에너지원으로 대체하고 다양한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법안과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실무를 맡은 사람과 정책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