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 / 전 경찰관
은은하게 퍼지는 묵향이 복잡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영광읍에 위치한 지산서예원에서 김갑동(71)씨를 만났다. 하얀 화선지위에 정성을 다해 한자 한자 써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실력과 세월의 깊이가 풍겨지고 있었다.
33년간을 경찰관으로 재직하다 지난 1997년 퇴직한 김 씨는 마음수양을 위해 서예를 시작해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묵향속에 살고 있다.
함평 월야 출신인 김 씨는 20대 후반 경찰에 입문했다.
전남경찰학교에서 경찰관이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마치고 첫 부임지로 영광을 찾아왔던 김 씨는 이후 잠시 광주 등지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영광에서만 생활했다.
영광경찰서에서 수사과와 정보과에 주로 몸담았던 김 씨는 주민들과 밀접한 활동을 펼치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결하는데 주력해 활동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는 경찰상을 보여준 김 씨는 경사로 승진, 염산파출소와 대마파출소장 등을 역임하고 퇴임했다.
김 씨는 파출소장을 지내면서도 꼭 치안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민심을 바로 헤아리는 정겨운 경찰로 최선을 다했다.
김 씨는 “물론 취업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젊은 혈기를 사회를 위한 일에 환원하고 싶어 시작한 경찰직은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있었지만 지역치안을 해결한다는 보람이 컸다”며 “특히 지역주민과 가까이 지내며 활동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그는 또 “지금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과학수사로 예전에 비해서는 경찰활동이 보다 정확하고 편리해졌지만 과거 경찰들은 미비한 환경속에 고생이 많았다”며 “많은 경찰들이 민중의 지팡이로 일선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만 주민과의 친밀한 활동이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영광에서 45년간 생활한 김 씨는 영광이 제2의 고향이 된지 오래.
퇴임후에도 관내 서예인들의 요람인 영광군서예협회장을 역임하며 지역문화 창달에 앞장서 활동했다.
또 지난 3월부터는 퇴직경찰관들의 모임인 영광군경우회장을 맡아 전·현직경찰관들의 유대를 돈독히 하며 지역주민과 상호 협력하는 경찰구현에 앞장서며 3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슬하의 딸을 출가시키고 아내와 안락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김 씨는 ‘마지막 봉사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지역을 위한 일에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협조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