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인정은 하되 태어날 때부터 금으로 된 수저를 쥐고 태어난 너희들 따위에게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자존심을 걸고 쓰기도 했다. 바닥까지 내려가 있어도 놓지 않을 수 있는 엄청난 자존감이 없었다면 나는 오래 전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데 나의 생각은 패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쥐뿔도 가진 게 없는 건방진 놈이 잘난 척한다는 욕을 먹을지언정 오히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성을 쌓아올린 자존감 그 자체다.
사회가 쉽게 안 바뀔 것은 나도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지나치게 편협한 마인드, 전혀 자유롭지 못한 사고,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부조리 같은 것들은 잘못됐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는 것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태도만 견지하는 것은 마치 땔감을 창고에 장작으로만 쌓아두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린 이것을 집안으로 들여와 불을 지피고 그것이 꺼지지 않고 잘 타도록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단지 마른장작으로 남을 뿐이다. 나무 장작처럼 낙관주의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썩는다는 이치는 이 경우에도 어긋남이 없다. 따라서 그것이 계속 움직이게 하고 새로운 연료를 가져와 끝까지 알뜰히 사용하는 것이 슬기로운 행동이다.
그리고 지쳐 있을 때는 심각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게 삶의 지혜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충분히 필요한 만큼 생각할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 가끔은 술의 힘에 몸과 마음을 의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일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에 나약함을 드러내기는 싫다. 그렇다고 도움이 필요할 때 굳이 도움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정신 그리고 도움을 줄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것, 이것은 용기와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종종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다가 완전히 모든 일을 망쳐버려서 곤경에 처하곤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보다 빨리 자신의 입장을 다른 사람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으면 고생을 훨씬 줄이고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려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슬기와 지혜 그리고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동원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원인을 모르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국내 유수의 큰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하니 나 스스로 나를 구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사람이다. 몇 번이나 이 세상을 떠나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왜?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생기면 나의 여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기본 정보도 없는 것보다는 작은 정보라도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현재 나는 모든 장기를 기증한다는 약속은 물론이고 시신까지도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한 상태다. 부디 나와 같은 통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서 나와 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지극한 바람이다.
단순히 측은지심惻隱之心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오로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발원하는 맘뿐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