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준 / 전 염산면 부면장
‘우리 고장은 산수가 아름답고 칠산바다가 있으며 넓은 들이 있어 어염시초가 풍부하고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입니다. 이처럼 살기 좋은 옥당고을에 살고 있는 만큼 지성과 이성, 겸손, 사양의 미덕을 갖춘 문화인으로 긍지를 갖고 살아야겠습니다.’큰 키와 선한 인상이 말끔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탁 준(73)씨. 그가 만남을 요청한 기자에게 건넨 글귀중 일부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고 삽시다’란 제목아래 쭉 써내려간 글속에는 영광을 사랑하는 마음, 영광을 걱정하는 마음, 영광을 잘살고 살찌우게 하는 마음이 깊고 진하게 담겨 있었다.
“지금은 아내와 약간의 농사를 지으며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면서 큰 욕심없이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근황을 전하는 탁 씨는 염산면 축동리에 살고 있다.
1970년대 초반 공직에 입문해 30여년간 재직하다 지난 2001년 퇴임한 탁 씨는 현재 영광향교 장의로 활동하고 있다.
1남7녀중 외아들로 태어난 탁 씨는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생활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홀로되자 개인적으로는 출세가 보장된 도시생활이었지만 이를 과감히 접고 귀향했다.
염산면사무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탁 씨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가까이에서 청취하고 특히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아우르며 그들과 소통하는 위민행정 구현에 열과 성을 다했다.
“제가 근무하던 시절 한 농아인이 찾아 왔습니다.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던 직원들과 실랑이가 시작돼 소란스러울 때 제가 나서 찬찬이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문제를 해결해 주자 그는 언제나 저를 찾아왔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지난 근무시절을 회상하는 탁 씨.
그는 공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해 퇴직을 할 때까지 늘 주민 곁을 지키는 친절행정을 펼치며 주민들과 즐겁게 지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탁 씨는 “일반 직원을 거쳐 부면장에 이르는 과정속에 업무추진을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다소 무리한 욕심을 내며 나무랐던 일이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에 걸립니다”라며 직원들에게 서운하게 했던 점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 공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처럼 탁 씨는 담긴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물의 유연함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겸허함, 급류가 되면 아무리 크고 강한 바위도 밀쳐내고 부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물처럼 곱고 선하지만 내공이 쌓인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2남3녀 자녀 모두 반듯이 자라 모두 출가해 안정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탁 씨는 어렵다는 ‘자식농사’ 또한 잘 지어 노년의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남을 시기 질투하지 않으며 베풀고 사는 정직한 삶을 살다보면 반드시 후세에 복이 깃들 것입니다”라며 조언을 잊지 않는 탁 씨는 바른 정신으로 건강한 지역을 이끄는 참 어른이 분명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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