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일그러진 전문가들의 자화상
이 시대에 일그러진 전문가들의 자화상
  • 영광21
  • 승인 201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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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집단인지 궁금해 우선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에는 전문가를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다. 왜냐하면 ‘전문가에 대한 정의 자체에 전문가가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존재’라는 의미를 은연중에 풍기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전문가의 실상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까닭에 반쪽짜리 설명에 불과한 것처럼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전문가라는 점을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신문과 잡지를 통해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 넓게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따위를 통해 정보 및 오락을 제공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세상에서 이른바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에 해당된다.

확인된 사실만 매우 조심스럽게 전하는 정론지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실생활에 견줘보면 거리가 너무 멀고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각종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견줘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서 조금은 더 까칠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전문가의 정의로 이런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를 벌일 때,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누군가의 권위를 빌리려 할 때가 있다. 그때 그 누군가가 바로 전문가다.’ 이것도 좀 밋밋하긴 마찬가지지만 사전적 정의보단 훨씬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럼 시각을 조금 달리해 바라보도록 하자. 다음과 같은 정의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후광효과에 약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권을 관철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간판이라 할 학력이나 경력으로 뭇사람을 현혹하고 기를 죽이는데 일가견이 있으며 자신이 특정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식견도 이권과 대립될 경우 손쉽게 내버릴 수 있는 권모술수형 인간이 많다.’

이러한 견해는 전문가에 대한 ‘악마적 정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왠지 현실에 더 부합하는 정의처럼 들린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악마적 정의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든, 설득적 정의든 간에 전문가라는 존재는 사람들의 판단에 있어서 권위와 호소력을 두루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는 신문이나 방송에 즉각 실리고, 조직들간의 논쟁에 인용되기도 하고, 특정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들불처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달리 말하자면 몸값이 다른 존재감 때문에 전문가라는 화려한 외투를 걸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믿을 만한 전문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층이나 종교, 이데올로기 등 갖가지 기준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전문가들도 이런 기준에 휘둘리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전문가는 믿을 만한 존재’라는 공식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어떤 단체에서는 믿을만한 정보가 다른 단체로 가면 믿지 못할 정보로 둔갑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향후 증권에 대한 논쟁에서 한 전문가가 증권이 이제 곧 바닥을 치고 오를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고 치자. 이 경우 이제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의 견해를 그 전문가가 어느 단체에 소속돼 있는지를 따른다.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