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폭발과 이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유출은 핵이라는 에너지에 대한 인간의 통제 불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인간의 삶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장려된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가공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현대의 삶은 거대한 에너지의 소모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구조와 산업적 체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는 해괴망측한 이론까지 나온 자본주의의 탐욕과 우리들의 삶에 비윤리성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반성과 함께 발전소를 더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옳은 일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0월26일 공식 출범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효됨에 따라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다.
국내에서 원자력 안전규제 독립기관이 설립된 것은 대한민국에 실로 원자력이 도입된 지 반세기만이다.
위원회는 원자력 안전과 핵 안보, 핵 비확산과 관련된 정부업무를 총괄한다.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원자로 및 관계시설, 방사성물질,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대한 인허가, 검사 등의 안전규제를 맡는다.
또 국내외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재난관리와 핵시설을 보호하는 핵안보 체제업무도 담당하게 됐다.
장관급인 초대 위원장은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고 차관급인 부위원장은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임명됐다. 그리고 법률·인문사회·과학기술·공공안전·환경·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 7명이 비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국 소속 공무원 46명도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원자력 이용 부문은 지식경제부가 맡아왔지만 원자력 안전규제·핵통제·방재 업무와 원자력 연구와 개발 등 진흥업무를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맡아 업무가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위원회의 출범으로 앞으로 국내 원자력 안전업무와 원자력 진흥 및 이용업무가 행정상 완전히 분리됐다. 원자력 안전업무는 안전위원회가 맡고 원자력 진흥은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의 이용은 지식경제부가 각각 전담하는 구조가 됐다.
그렇지만 현재 원전 1기당 안전규제 인력은 한국은 16.6명으로 미국(37.7명), 일본(21.1명), 프랑스(37.2명)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임위원장에 그동안 원자력산업계에 몸담으며 핵발전소 확산에 앞장서온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를 그리고 부위원장에 ‘미량의 방사능은 괜찮다’는 말을 되뇌어온 기존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을 임명한 것은 심판의 자리에 상대팀의 선수를 배치해 편파적인 경기를 하도록 한 꼴이다.
비판과 감시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을 도리어 감시기관의 책임자로 내세운 셈이다.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사고가 나면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지역주민과 발전소의 노동자들이다. 필자는 전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 생산방식 다시 말하자면 지나치게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긴 안목으로 에너지 정책의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핵발전소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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