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게 불쏘시개와 같은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북한에게 불쏘시개와 같은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11.1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민족의 반쪽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을 거뒀다. 어떤 사람들은 잘 됐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통일의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죽은 것이 아쉽다고 하기도 한다. 여하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철권통치가 18년으로 마감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52살로 무려 20여년 동안 후계자 과정을 거친 뒤에 군권까지 확실하게 장악한 사실상의 실권자였다. 그런데 이른바 3세 후계자로 지목한 김정은은 이제 겨우 29세의 햇병아리에 불과하고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도 겨우 2년 남짓의 기간밖에 되지 않아 당분간 북한은 어수선할 것만 같다.

김정은 체제의 앞날은 지금으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그 경험이나 경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군 장악력도 아주 취약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위원이며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등의 후견인 집단의 헌신적인 충성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장담할 수가 없어 안개속에 쌓인 것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게 북한의 현실이다.

또 중국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것 역시 확실하지 않다. 중국이 이번에 보낼 조전의 수신인이 김정은이 될지 아니면 조선노동당이나 정무원이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의 모험세력들이 과도기 내부결속 차원에서 대남도발을 할지도 모르니 그러한 빌미를 주어서는 결코 안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 문제도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번지지 않아 가능한 한 빠르고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져 다행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조문 여부를 놓고 우리 정부가 갈등을 할 때 미국이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북미 제네바협상이 급진전됐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김정은이 중심이 된 북한 신지도부의 최대 관심사는 체제 연착륙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억눌린 개방과 극단적 통제로는 경제난이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북한은 그동안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전에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식량지원 등을 약속받은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북미대화 진전을 지렛대로 남한을 압박해 경제지원 등을 유도하려는 이중전략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의 북한체제가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동안 확고했던 중심이 사라지고 새 지도부가 안착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이 대남정책이나 대외정책은 언제든지 커다랗게 출렁거릴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남북관계의 갖가지 변수 즉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차분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방안을 강구할 때다. 이명박 정부는 4년이 넘은 시점에 남북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6·15, 10·4 선언의 정신이 퇴색돼서는 안된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은 강대국의 이념 전쟁의 희생양이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울타리에 갇혀 민족적 비극인 전쟁을 겪었고 분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극우파들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괜히 불쏘시개를 만들지 마란 말이다.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색깔논쟁을 벌리지 말아야한다는 뜻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