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 전 마포중학교 교감
‘건강한 생활’ 모두가 가장 염원하는 삶이다. 특히 나이가 한살한살 들어가면서는 더욱 절실하고 더욱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희뿌연 날씨가 코끝을 차갑게 하는 오후였지만 지난해 3월 준공한 법성면게이트볼장에는 건강한 노후를 지키려는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삼매경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곳에서 방한모를 따뜻하게 쓴 모습이 인자하게 다가오는 김광호(76)씨와 마주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체격이 건장해 보이는 그는 교사생활을 오랫동안 한 교직자다.
법성면 진내리에서 출생한 김 씨는 초·중·고를 법성면에서 마쳤다. 법성중·고등학교 이사장을 지냈던 부친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유학은 꿈도 못 꿨던 김 씨는 대학을 전남대학교 화공과로 진학했지만 군재대후 교직을 이수 교사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법성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근무하다 호남비료공장 실험실로 직장을 옮긴 김 씨는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시 복직, 사립학교인 서울 마포중·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그곳에서 30여년간 제자들과 마주했다.
중학생들의 기술과 공업과목은 물론 고등학생의 물리 등 요즘과 달리 여러 과목을 지도했던 김 씨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여러번 맡아 고등학교 진학상담 또한 많이 했다.
도시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평소 늘 전원생활을 희망했던 김 씨는 퇴직전 경기도 김포에 농장을 마련했고 정년퇴임을 몇년 앞두고 명예퇴직한 후 10여년간 농장을 운영했다.
“객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교직생활에 대한 보람도 많았지만 항상 고향이 그리웠다”는 김 씨는 “경험없이 과수원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내와 다시 도시에서 아파트 생활을 했지만 큰 소일거리없이 생활하는 것이 답답해 아내를 설득해 고향인 법성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년전 법성면 대덕리 성제동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귀향한 김 씨는 평소에도 자주 오가며 친분을 다지던 지역친구들과 지인들을 다시 만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법성면게이트볼동호회장을 맡아 30여명의 회원들을 이끌며 인근지역인 고창, 함평 또는 타 읍면 동호회원들과 친선교류경기 등을 펼치는 등 법성면게이트볼 활성화를 위해 성심을 다해 앞장서고 있다.
“노인들에게는 즐겁게 사는 것만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지름길이다”고 말하는 김 씨는 뒤늦게 찾아온 고향에서 평온하고 안락한 황혼을 주민들과 오붓하게 나누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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