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의 채굴, 농축, 원전 폐기 및 폐기물 보관, 원전사고 등의 전과정을 고려하면 원전이 더 이상 환경친화적이지도 않으며 그 비용은 가스를 이용한 발전에 비해 4~5배에 이를 것이라는 다른 연구도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네가지 기준을 이용한다. 그 네가지 기준은 안전성, 경제성, 지속가능성, 보안상 위험성이다.
이러한 기준에 대한 원전의 적합성 여부는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토론을 거쳐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지 않으며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테러나 핵확산 등에 취약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도 요즘 신문이나 TV 등의 광고에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대개 원자력 발전, 테러, 소프트웨어 정책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그 문제를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고 지칭한다.
이를 ‘어려운 문제’나 ‘까다로운 문제’라고 순화해서 의역할 수도 있지만 원래 영어에는 ‘사악한, 못된, 위험한, 짓궂은’이란 뜻으로 사용되니 그냥 사악한 문제로 번역하는게 옳다.
이러한 문제에는 공통적인 몇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문제가 잘 정의되지 않으며 안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해법에 도달하는 분명한 종료의 시점을 정의하기 어렵다. 또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다음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해법이 주어지지 않는다. 즉 해법이 없을 수도 있고, 수많은 잠재 해법이 존재할 수도 있고, 수많은 해법은 생각조차 못해봤을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사악한 문제를 선택하는 것은 반대편에 ‘순한 문제(Tame Problem)’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문제를 대개 순한 문제로 보는데 길들여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원자력 발전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도 순한 문제로 보고 인간이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과 과신을 보인다.
그 대표적 예가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라 할 수 있다. 사고가 있기 전까지 일본의 원전 관계자는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고는 일어났고 1년이 다 되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현재 54기의 원전 가운데 90% 이상의 원전이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런 세계적 추세에 애써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원전을 추가건설하려는 세력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 보다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만일 원전사고가 난다면 피해가 전국민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한편 원전이 단지화가 돼 있어 후쿠시마 원전 4기가 한꺼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이 원전의 연쇄사고가 우려된다.
특히 고리, 월성원전은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인 부산, 울산, 포항 가까이 있어 그 피해는 수백만명에 미치며 울산과 포항 등의 산업단지가 피해를 입어 자동차와 선박의 수출이 불가능하고 철 공급이 중단돼 한국경제 자체가 불능에 이를 수 있다.
유토피아를 꿈꾸며 지은 원전사고는 후쿠시마, 체르노빌과 같은 치명적 디스토피아로 직결될 수 있다. 원전에 대한 정책을 전면 재정비하고 수정할 기회를 놓치면 처참함만 남는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