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의 확대는 물론이고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는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규제개혁이 화두였던 몇해 전의 상황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만큼 재벌체제의 폐단이 커졌다는 얘기다. 경제력은 갈수록 재벌 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양극화가 해소되기는 커녕 도리어 심화되고 있다.
재벌의 사전적 의미는 ‘재계에서 큰 세력을 가진 독점적 자본가나 기업가의 무리 또는 일가나 친척으로 구성된 대자본가의 집단’이다.
부의 쏠림현상을 살펴보면 그 실상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해 30대 재벌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의 96%가 넘는다. 5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이보다 심각한 지경이다.
여기에 친인척 계열사까지 합치면 국내총생산의 70%에 이른다. 나라 경제가 그만큼 이들 재벌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중소기업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부문간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벌의 골목상권 침투로 자영업자들은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가? 얼핏 보기에는 이익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길게 보면 재벌기업의 독점과 담합으로 물가부담을 떠안는 처지가 되고 만다.
재벌이야 원래 생리가 그러니까 그렇다 치자. 그러나 우리가 흔히 ‘경제 검찰’이라고 부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은 그렇게 해선 안된다.
절대적 강자인 재벌의 탈법과 비리에 엄격한 칼을 대라고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을 주었건만 그렇게 하기는커녕 지나치게 관대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다고 재벌이 항상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때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재벌기업들이 일정부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시장에서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재벌에게 ‘도덕경영’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수이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윤리나 사회적 책임을 방임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나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거기에 비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은 재벌개혁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재벌의 경제력 쏠림현상으로 인한 폐해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이른바 ‘경제검찰’이 제 역할을 해야 재벌기업도 올바로 서고 나라의 기강도 굳건해진다.
그래야 시장의 규율이 잡히고 재벌도 탈법행위를 두려워 할 것이다. 재벌개혁은 결코 투명경영이나 공정경쟁과 무관치 않다.
한국은 스트레스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사회환경과 경제적 문제로 우리나라 정신건강 수준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최악의 정신건강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자살을 보면 2010년 인구 10만명 당 28명이 자살했는데 이는 OECD 국가평균인 11.3명에 비해 2.5배나 된다.
자살의 배경으로 극심한 사회경제적 변화, 생명경시 풍조를 지적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대처에 따른 우울증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부가 지나치게 재벌에게 쏠리고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힘이 드는 양극화가 있다.
4·11 총선이 중요한 것은 이런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선량들이 많이 뽑혀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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