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최고 의결기관인 종회의원 등이 사건에 연루돼 있어서 더욱 충격을 던져 주었다. 조계사 주지와 부주지를 지낸 스님들도 포함됐다니 그 충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밤새워 벌이는 도박 장면의 CCTV화면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됐다. 장소가 호텔의 스위트룸이었고, 판돈이 수 억원대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당사자들은 종적을 감췄고, 조계종에서는 대국민 공식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종권을 둘러싼 내부 다툼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보면 후속타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보통 사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곪은 상처가 터진 것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쩌다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술, 담배, 도박하는 스님들이 이 분들 뿐이 아니고 더 심한 파계를 하는 스님들도 많다고 한다. 쓰라린 사실이지만 우리 불교에 대한 평판이 그렇다. 지금 우리 불교는 세간에 그렇게 알려져 있다.
계율을 소홀히 해 온 우리 불교가 낳은 당연한 평판으로 여겨진다. 계율은 자신의 오랜 습성을 씻어내기 위해서도, 중생의 고통을 알고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제보한 승려의 목적이 승가의 폐단을 바로 알려서 이를 쇄신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복의 성격이 짙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동안 고질적인 파벌과 종권 다툼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사찰 선방의 죽비소리와 강원의 독경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불교 본연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신도들의 신심과 시주 덕분이다. 그런 재물이 엉뚱한 곳에 쓰여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운영이 투명해야 한다. 몇년전 봉은사에서 이뤄졌던 재정공개 조처가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뼈저린 반성’도 좋지만 이번 기회에 사찰의 재정공개 등 보다 가시적인 조처가 이뤄지면 좋겠다.
이번 사건으로 누구보다도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일반 신도들일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좋아 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삼고 스님들을 떠받치고 살던 신도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피상적인 사과나 반성으로 그들을 달래기에는 사건의 파장이 너무나 크다.
일찍이 고봉화상高峰和尙은 ‘선요禪要’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용사혼잡龍蛇混雜’이라고 묘사했다. 나라든 절집이든 용과 뱀이 함께 우글우글하다는 뜻이다. 용보다 뱀이 더 많으면 어디라도 망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금산사 조실인 월주 스님은 종교에 관해 뼈아픈 말씀을 하셨다. “결국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못하니까 비난받는 거요. 땅 넓히고, 절 크게 키우고, 교회 높이 짓고, 그런 거. 용사혼잡이라, 용과 뱀이 뒤섞여 있는 거여, 전부. 그렇지만 나라건 절집이건 용보다 뱀이 우글거리면 망해요. 계속 정화하면서 가는 거여. 남 탓하기 전에 자기 먼저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어이없는 사건에 상처받은 진정한 수행자 스님들과 신심있는 신도들에게 이 말이 위로가 될 것인가? 승가 일부가 가짜라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짜인 건 아니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으로 따르는 불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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