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현대미술관 참사 등 지역사회도 사고 이어져 침울
지난 13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로 전국을 놀라게 한 화재사건의 사망 희생자중 영광출신 노동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지역사회를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사고로 작업중이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염산면 봉남3구 합산마을 출신으로 이날 사고로 숨진 유문상(43)씨는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방습기술자로 이날 현대미술관 지하 2층에서 방습작업을 하던중 사망했다. 천만다행으로 같이 작업하던 형 유윤상(46)씨는 화상으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날 현장에서 다른 노동자와 작업하다 불꽃을 먼저 발견한 형 윤상씨가 “도망가”라고 소리지르며 동상 문상씨의 손을 잡고 뛰었지만 출구 근처에서 동생의 손을 놓쳐 버렸다. 당시 동생 문상씨는 연기에 질식해 정신을 잃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밖으로 나온 형 윤상씨는 급히 소방대원을 불렀지만 출구쪽으로 불길이 치솟아 바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0여분 뒤 소방대원이 동생 문상씨를 둘러엎고 나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이날 사고로 형 윤상씨도 얼굴에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해 치료중에 있다.
설상가상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사고 전날 휴일을 맞아 동생 문상씨가 고향인 염산을 찾아 부모님을 찾아 보았는데 이번 방문이 마지막일 줄은 상상도 못한 상황이어서 더더욱 슬픔에 잠기게 하고 있다.
윤상씨의 형 택상(49)씨는 “막내가 부모님 집을 들러서 쇠고기를 선물했는데 그게 마지막 선물이 됐다”고 말끝을 흐렸다. 4남1녀중 넷째와 다섯째였던 유씨 형제의 고향인 염산에는 아버지 유재남씨 어머니 이순덕씨가 살고 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은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없던 노동자들에게는 일감을 구할 수 있던 공사장으로 소문나 수도권 노동자들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총면적 2만7,264㎢규모 건물을 1년8개월만에 지으려면 일손이 대거 필요했던 것. 화재 당시 현장에는 5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사고는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오는 10월말 대통령이 참석하는 사전개관 계획은 물론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야간공사도 진행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벌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공사현장 사망사고는 지난 9일 영광읍에서도 발생해 지역사회를 침울하게 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15분경 영광읍 도동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5층 높이에 있던 크레인 바스켓이 추락하면서 안에서 작업 중이던 백모(47)씨와 이모(42)씨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 옮겼으나 숨진 사고였다. 아래쪽에서 크레인 장치를 조작하던 또 다른 이모(46)씨도 떨어지는 바스켓에 다쳐 광주로 후송돼 수술을 받고 치료중이다.
경찰은 크레인 기둥에 바스켓을 연결하는 장치가 느슨하게 풀려 있어 바스켓이 거꾸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28일 낮 12시20분경 염산면의 김모(67)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김 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