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농가 수십억원 적자 “3개월도 못가 다 망한다”
34개 농가 수십억원 적자 “3개월도 못가 다 망한다”
  • 영광21
  • 승인 2013.0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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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째 생산비도 못 건져 … 수입산 돼지고기 시장점유율 50% 상회도 한몫

■ 영광지역 한돈농가 돼지값 폭락 직격탄

3월3일은 삼겹살을 먹는 <삼겹살데이>다. <삼겹살데이>는 한돈농가들이 어려운 경기불황을 극복하고자 소비자들에게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그러나 <삼겹살데이>를 목전에 둔 영광지역과 전국의 한돈농가들은 끝없는 절망의 고통속에 빠져들고 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금金겹살로 불리던 돼지고기 가격이 끝없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약 6개월간 전국 한돈농가 6,020여곳의 적자규모는 총 6,439억원에 이른다. 농가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셈이다.

영광지역에서 사육하는 한돈은 34개 농가, 9만999두로 이들 농가의 적자규모를 산출하면 36억여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적자는 돼지고기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아 돼지값이 끝없이 폭락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보다 남는 고기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전국적인 돼지 도축두수는 147만두로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돼지고기 수입량도 2,700만t으로 전달보다 34.7%나 급증해 당분간 돼지고기 가격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영광한돈협회 장정복 사무국장은 “2011년 구제역으로 돼지를 매몰한 농가들이 새로 사육한 돼지들의 출하시기가 돼지고기 수입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현재 6개월째 돼지 한마리를 도축할 때마다 10만~12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어 생산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에 따르면 돼지를 도축한 지육가가 ㎏당 4,300~4,500원선이 적절한 수준이지만 현재 3,000원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마면에서 30여년간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한 축산인은 “지난해 9월부터 적자폭이 커져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며 “다른 농가들도 모두 어려워 대출을 받아서 사료를 먹이고 키우는 돼지를 담보로 사료회사에서 사료를 가져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지방에서는 한돈농가가 부도가 나고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식도 들린다”며 “우리 지역도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3개월이면 농가 50%가 망할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한돈농가들이 이 같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한돈 삼겹살의 시장점유율은 47%로 수입 돼지고기에 밀려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한돈농가들은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이 비쌀 때 안정시킨다고 수입해 놓고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수입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단위를 넘어선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농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적정 사육두수 유지, 단기적으로는 수요에 맞게 돼지고기의 수입량을 조절해야 한다. 또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원산지 표시위반도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하고 유통체계를 개선해 음식점에서도 가격을 낮춰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돈농가 뿐 아니라 전체 축산농가의 기반도 흔들린다. 적절한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때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