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학교 CCTV 제기능 못하고 있다
관내 학교 CCTV 제기능 못하고 있다
  • 영광21
  • 승인 2013.03.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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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지역 학교내 CCTV 실태 점검

50만 화소 미만 CCTV 93% … 5대 이하 설치된 곳도 절반 가까워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 23층에서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최모(15)군이 뛰어내려 숨졌다.

숨진 최군의 가방에서 공책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2년간 자신을 괴롭힌 친구 5명의 이름과 ‘CCTV만이라도 제대로 설치해 달라’는 절절한 바람이 담겨있었다.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이 크게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학교의 학교폭력 예방목적으로 설치된 CCTV의 활용과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광군 관내 27개 초중고의 각 학교에 설치된 CCTV의 수는 2012년 11월 기준으로 총 193대이다. 관내 31곳 학교중(분교 제외) CCTV가 설치된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10대미만 설치학교가 16곳, 이중 5대도 설치되지 않은 학교가 12곳이나 된다. 학교내 CCTV 사각지대도 그만큼 더 많다는 방증이다.

또 CCTV가 설치돼 있다하더라도 50만 화소 미만이 93%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50만 이하 화소 CCTV는 교내에 출입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보다 고화질의 카메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50만 화소 미만의 CCTV가 설치돼 있는 한 학교관계자는 “낮에는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하지만 저녁에는 형상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화질의 CCTV로 교체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간으로 CCTV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인력이 없어 사후에 필요에 의해서 확인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CCTV가 학교폭력의 사전예방보다는 사건발생 후 조치를 취하는 사후약방문인 셈이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경북 경산의 고교생 자살사건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현재 영광 관내 학교에서 각각 실시하는 CCTV운영과 모니터링을 군이나 경찰측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전국 몇 곳의 시군에서 운영중인 통합관제시스템은 전담근무자를 두고 실시간으로 CCTV를 모니터링한다.

지금과 같은 시설과 운영방식으로는 학교폭력 예방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기 전에 학교내 CCTV 화소 개선과 사각지대를 줄이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CCTV설치와 전담인력 배치 등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절대적 대안은 아니다. 처벌과 적발 등에 초점을 맞춘 단기적 학교폭력 예방 정책보다는 전문 상담교사 배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성과 사회성 교육 등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대안은 말처럼 쉽지 않고 간단치 않다. 또 그 효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과 사후 처벌 시스템 측면 등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힘써야 한다.

또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