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수입 전면개방에 성난 지역농심
“오죽하면 이러겠어. 이제 우리 농민들은 다 죽게 생겼으니 그러지. 내내 열심히 일하고 이제 잘 자라기만 기다리면 되는디 나라가 이렇게 생겨버렸은께.”
정부의 쌀수입 전면개방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23일 오전 백수읍 강민구씨가 벼가 자라고 있는 본인의 논 세마지기를 갈아엎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들도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정부는 지난 18일 내년 1월1일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돼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농민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과정 없는 돌연 발표에 농민들은 “농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농가 보호를 위해 300∼50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되 수입물량이 과도하면 특별긴급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혔음에도 중국 등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이 같은 대안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쌀시장 전면개방 발표후 전국 각지의 농민단체 등은 쌀 전면개방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영광지역 농민들도 21일 쌀 전면개방 저지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식에 참가하고 23일 논 갈아엎기 투쟁을 전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쌀수입 전면개방 입장에 항의하며 영광군농민회 등 영광지역 농민 6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의무수입 물량으로 해마다 밀려들어온 수입쌀은 쌀값 하락의 주된 원인이었고 20년 동안 한푼도 오르지 않은 쌀값은 농민들의 삶을 피폐화시켰다”며 “정부의 쌀 관세화 개방은 쌀을 포기하는 쌀 포기 선언이고 이는 농민을 포기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쌀 농사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우리 주식이고 농민의 생명줄이다”며 “쌀 관세화로 농업과 농민을 포기한 박근혜 정권은 역사 속에서 식량주권을 팔아먹은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고 성토했다.
대마면의 한 농민은 “지금도 수입쌀 때문에 제대로 된 쌀값도 못 받는 등 어려운데 시장을 전면개방하면 앞으로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쌀 전면개방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전형적인 농업군인 영광군의 자체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환경농업 지원 확대, 철저한 사후관리 등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차별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간 지역농민들로부터 제기돼 왔다. 영광군에서도 올해 친환경농업 등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기는 했지만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한 농민은 “영광군도 정부지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대안을 고심해야 한다”며 “농민이 무너지면 농민이 대다수인 영광군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