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하늘 시간당 61㎜
구멍 뚫린 하늘 시간당 61㎜
  • 영광21
  • 승인 2014.08.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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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최고 228㎜ 폭우 주택 침수 등 피해 일부 주민 농어촌공사 책임론 제기

■ 영광지역 침수피해 속출

“아침에 방안에 앉아있는데 물이 집안으로 들어 닥치길래 부랴부랴 아무것도 못 챙기고 몸만 나왔어. 이제 어째. 집에 저렇게 물이 차 버려서….”
법성면 신장리 부귀동마을에 거주하는 김정자(69) 어르신은 동동거리며 물에 잠긴 집을 바라봤다.
김 어르신은 “벼 이삭도 여물기 시작했는데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고 눈물을 훔쳤다.

18일 새벽 영광지역에는 최고 266㎜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폭우로 법성면 신장리만 해도 10곳의 주택이 물에 잠겼으며 군서면 만금리, 군남면 동월리, 염산면 봉남리 등에서도 주택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20일 현재 영광군이 잠정집계한 피해규모는 지방하천 유실 등 공공시설 95개소, 주택 28동, 농경지 1,000ha, 시설원예 3동, 차량침수 1대 등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계되지 않은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염산의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을 쌓아놓은 창고에 물이 차 저장해 놓은 소금이 녹아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바닷물이 역류해 농경지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가 큰 이유는 시간당 최고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18일 새벽 4~5시 사이에 대마면에는 시간당 61㎜, 군서면에는 56㎜의 비가 쏟아졌다. 영광읍은 이날 새벽에만 228㎜의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군서면 224㎜, 군남면 206㎜, 염산면 178㎜ 등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것은 297㎜의 강우량을 기록했던 2011년에 이어 3년만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가 내렸음에도 바다와 인접한 법성면과 염산면 등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가 쏟아진 시간과 바다의 만조시간이 겹쳐 피해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와탄천과 인접한 주택 10곳과 인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대규모 피해를 입은 법성면 신장리의 경우 마을주민들이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하는 진정서를 경찰서에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마을주민들은 18일 새벽 농어촌공사가 와탄천 하구 수문을 3개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개방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오전 4시까지의 수문 주변에 설치된 CCTV의 데이터가 없어 더욱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시스템 오류로 CCTV 내용이 저장되지 않았으며 고장사실을 인지하고 4시경부터 시스템을 재작동 시켰다”며 “CCTV와는 상관없이 수문시설담당자는 호우피해 예방을 위한 수문개방 및 비상근무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일 CCTV 파일과 근무일지 등을 압수해 해당 데이터가 인위적으로 삭제됐는지와 주민들의 주장과 같이 농어촌공사의 늦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는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