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절 앞둔 11일 영광재래시장 풍경
설명절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11일. 5일장이 열린 영광버스터미널 일대는 많은 인파로 붐볐다.
설연휴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미리 제수용품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제법 활기가 넘쳤다.
잠시 허리 펼 여유도 없이 손님을 맞이하던 한 상인은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듯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뜸해진 틈에야 “날마다 대목이다”고 말하며 한숨 돌린다. 명절 대목장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굳이 장날이 아니더라도 미리 장을 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 탓에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했다. 대목이라 물가가 조금 오르기도 했지만 굴비나 병어 등은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예년에 비해 30% 정도 올랐다고 한다. 소비자가 망설이는 만큼 상인들의 수입도 줄었다.
생선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굴비나 병어가격이 많이 올라서 3마리 살 사람이 가격이 비싸니까 1마리만 사는 경우도 많아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하더니 작년 설명절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 힘든 것 같다”고 한탄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 어르신은 “아무리 대목이라도 그렇지 쪽파가 한단에 2~3,000원 하던 것이 5~6,000원으로 2배는 올랐다”며 “올해는 꼭 필요한 만큼만 사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내버스터미널도 명절을 앞두고 시끌벅적했다.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찬 건물 안은 타향으로 떠난 자식들과 손자손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설렘도 묻어났다.
“이번 설에 자식이며 손자가 겁나게 온다”고 자랑하는 어르신도, “다리가 아파서 다 못 사간께 이번 장에 사고 다음 장에 또 와야겠다”고 엄살같지 않은 엄살을 부리는 어르신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버스터미널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붕어빵 1마리씩을 통 크게 쏘고 ‘허허허’ 기분 좋게 웃는 어르신의 모습에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먹고 살기 팍팍해졌다지만 우리가 사는 영광은 아직 따뜻하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