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지난 12일은 불기 2552년으로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에서는 등불을 환히 밝히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기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법전 종정스님은 법어에서 부처님은 “무명과 탐욕속에 갇힌 중생들의 불성을 일깨워 부처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고 말하고 “마음 밖에서 따로 진리를 찾지 말라”고 말했다. 종정스님은 지혜의 등불을 밝혀 마음속 어둠을 몰아내고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기 위한 부단한 정진과 수행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처님의 삶은 한마디로 깨닫지 못한 중생을 위한 삶이었다. 또 부처님의 삶은 자비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부처님의 삶이 있었지만 중생의 삶은 지금도 여전히 고통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구촌을 살펴보면 곳곳에 매일 전쟁과 기아가 널려있고 온갖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져 있는 실정이다. 작고 짧은 평화조차 퍽이나 귀한 존재가 됐다.
지혜를 닦고 그 지혜의 빛으로 비춰볼 대상은 바로 이런 현실이다. 고통 받는 중생은 현실속에 있다. 따라서 현실의 개선 없이는 해탈도 없고 열반도 없다. ‘땅에 넘어진 사람은 땅을 딛고 일어선다’는 고려조 보조국사의 유명한 설법은 현실을 도외시한 해탈은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작은 현실을 도외시 한채 거대한 이상만을 쫓아온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갖가지 이권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종단 내 분규와 일부승려들의 파계행위로 얼룩진 오명을 한국불교는 하루 빨리 씻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거듭나는 불교가 돼야 한다.
이제 한국불교는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0월 봉암사에서 4부(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대중 만여명이 참석하는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대법회’란 대형 참회법회가 열린 바 있다. 봉은사와 화계사 등 거대 사찰들이 재정공개를 천명하면서 청정불교 운동의 불을 지핀 것이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지성이라 할 수 있는 법정스님은 “주지다툼은 가사 입은 도둑의 짓”이라고 얼룩진 승풍을 질타했다.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권력다툼이 세속과 전혀 다를 바 없고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세속만도 못하다는 비판과 질타가 거듭되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수십년 수행의 정진력을 바탕으로 한 2세대 선승들이 불교개혁을 외친 것이라서 신도들이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참회문에 따르면 ‘지금의 위기와 고난이 졸음을 깨우는 죽비 소리임’을 깨닫고 4부 대중 앞에 고백한다고 자성했다. 많은 스님들이 찬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여 합장하고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비춰 주는 크나큰 광명이었다.
불교가 제 역할을 하도록 바라는 것은 불교도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주교 로마교황청은 ‘인류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생각’을 건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KNCC)도 ‘이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랑과 자비로 보듬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교는 이제 인류의 보편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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