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고 성난 민심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지지율 하락의 속도만 놀라운 것이 아니라 매일 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도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을 떨칠 수가 없다.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으로 표현되는 인사실패의 지적, 잇따른 정책의 혼선,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위기 대응능력마저 취약한 참모들의 무능력과 무책임, 정치력의 부재 등 전부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점을 각계에서 지적하며 부분 개각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정쇄신책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다.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절실하게 받아들이며 어떤 수습책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달 2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고 인정했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의심받고 있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다독일 줄 아는 내각과 참모진으로의 인적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적어도 서민들의 마음을 추스릴 줄 모르는 부자 내각이라는 말이 나와선 안된다.
민심이 등을 돌린 이유는 단순히 쇠고기 문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이 실망한 것은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불확실한 약속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물가가 불안하고 경기가 어렵지만 이 자체를 딱히 현 정부의 잘못이라 보기는 어렵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침체와 금융 불안이 계속되는 데다 원유와 원자재, 곡물가격이 거침없이 오르는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애초 약속한 5%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수록 정부는 솔직한 자세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권 초기부터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마련에 전력을 다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6% 성장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고수하면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정책들을 쏟아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자산을 잃어버렸다. 쇠고기 협상 문제도 그 내용을 떠나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일이 벌어진 뒤 고민할 것이 아니라 한발 앞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부터 귀담아 들어야 개운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 다음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쪽으로 내달릴 것이다. 대내외 여건악화로 경제회생의 길이 자꾸만 멀어지다보니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사회는 계속 불안해지고 있다.
매사를 좌우대립의 시각으로 보면서 배후세력 탓으로 돌리는 안이한 문제 인식에서 탈피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는 국정쇄신방안에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마음이 담기길 바란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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