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으면서 화물차 업계는 총파업을 예고하였고, 버스업계는 운행을 30% 줄이겠다고 나섰다. 달리면 달릴수록 손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내놨다. 내용의 핵심은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람에게 24만 원까지 세금을 환급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대상자는 1,380만 명에 이르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만 10조 5천 억 원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세금을 돌려주는 정책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정책 방향은 일단 긍정적이다. 자고나면 뛰는 기름 값과 물가 때문에 힘겨워 하는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소득을 보전해 줌으로써 생활부담을 다소나마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이나 금리정책 등 종합적인 대책이 빠져서 앞으로 상당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메워 전기와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물가 오름세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당장 소비를 늘리는 등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순 없다. 한편에선 세금을 돌려주면서 다른 편에선 세금을 더 올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만큼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기에 정책 당국자가 귀담아 들어야할 얘기다.
정책은 그 시기와 선후가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경제정책은 더욱 그렇다. 자칫 적절한 시기를 놓치거나 순서를 바꿔서 생기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이번 유가환급금은 엄밀히 따지면 해당 근로자가 낸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유가상승에 따른 세수증가분 등으로 저소득 가계에 아무 대가 없이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작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수가 ‘과세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환급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그 어떤 공약보다 주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국민들도 그렇게 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많은 표를 주었던 것이다.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국민들이기에 허탈감은 더욱 크다.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주저앉을 순 없다. 국민과 기업이 주저앉으면 경제는 더욱 가라앉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당국자들이 심기일전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명분과 실적, 허상에 휘둘리지 말고 이제라도 냉철한 분석과 판단으로 국민들의 얇아진 주머니와 빈 장바구니를 채워주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