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연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그 끝을 알 길이 없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현상만을 볼 때는 짜증이 날 정도이다. 많은 국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떠드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단지 발등의 불만 끄기 위해 국민을 ‘등신’ 취급하며 자꾸 속이려 한다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톤에서 검정색 가방에 소중하게 담아와 풀어놓은 추가협상의 결과물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소 머리가 아프지만 QSA(품질관리평가)와 EV(수출증명)가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QSA는 이미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 품질관리기준의 총괄적 범주에 속하는 품질관리평가제도로 판매촉진을 위한 관리지침서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EV는 수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국가별로 별도 관리하기 위한 기준으로 마련한 수출증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추가협상 역시 그동안 논란의 빌미가 되었던 졸속의 연장에 불과하다. 알맹이는 쏙 빼놓고 품질관리평가제도라는 쭉정이만 가지고 와서 자랑스럽게 펼쳐놓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김종훈 본부장이 회견에서 밝힌 대로 미국의 품질관리평가제도(QSA)만으로 수출용 쇠고기의 관리조건을 다 충족시킬 수 있다면 미국은 왜 수출증명(EV)이라는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가를 조금만 생각해봐도 뻔한 답을 이렇게도 모를까 싶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수출증명(EV)이 우리나라에게만 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출증명(EV)은 이미 일본은 물론이고 캐나다, 이집트, 대만, 코스타리카, 러시아, 태국, 레바논, 싱가포르, 베트남, EU 등 여러 국가에 미국산 쇠고기를 수출하면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일단 수출증명(EV)은 전체적으로 기본이 되는 별도의 규정(ARC 1030A Procedure)이 있다. 여기에는 수출용 쇠고기의 연령을 모두 30개월 이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별로는 개별적인 협의에 의해 번호가 다른 각각의 규정으로 수출조건을 정하고 있는데 위험물질(SRM)은 기본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위와 같은 조건들이 포함된 미국 정부가 보증할 수 있는 수출증명(EV)이 있으니 당연히 받아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빈껍데기인 품질관리평가제도(QSA)만을 달랑 가지고 와서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한심하다.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며 한 달 넘게 촛불시위로 최소한의 요구인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외치는데도 세계 10대 교역국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 정부가 기껏 받아온 것이 코스타리카나 레바논, 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못한 조건이라니 기가 막힌다.
한마디로 한미쇠고기협정은 애시당초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된 선물로 잘못 채워진 단추와 같은 협정이다. 잘못 채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채워야만 바르게 된다.
이제 길은 외길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당연한 진리를 궤변이나 늘어놓음으로 비켜가려는 일체의 꼼수를 당장에 그만 두고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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