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공룡 중국에 대처하는 법
거대한 공룡 중국에 대처하는 법
  • 영광21
  • 승인 2008.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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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이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이 올림픽 폐막식 다음날 첫 해외순방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한중 관계가 양국 사이에 잠재하고 있는 여러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나라 정상은 회담을 통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정치와 군사는 물론 남북문제, 경제통상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했다. 우선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 안에 양국 외교부간 제1차 고위급 전략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국방 당국간 고위급 상호방문을 활성화하고 연락체계를 강화하기로 함으로써 군사 직통전화 개통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인한 것도 수확으로 꼽을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의 지지’를 문구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뒤통수를 맞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안건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 발언은 북한과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안이한 발언인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10년 이상을 대치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해온 북한의 협상능력이야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속내를 잘 감추기로 유명한 중국이 정상회담 한번 더 했다고 호락호락 우리의 주문대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줄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대통령과 정부는 멍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적으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고,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간의 협조체계도 구축했다.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해양경계획정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해 이어도 문제 등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분명히 한중관계는 지난 석달간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지만 아직도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우선 최근 올림픽 과정에서 증폭된 중국내 반한 정서 이른바 ‘혐한증’을 풀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끼리 아무리 거창한 합의를 하더라도 양국 국민간에 정서적 거부감이 있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4강에 둘러싸인 우리로선 대중국 관계개선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외교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국의 이익에 의해 수시로 태도가 변하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 중국은 오히려 미국보다도 상대하기에 버거운 상대가 되었다. 만일 이 사실을 망각했다가는 머잖아 그들에게 먹히는 꼴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느긋하기보다는 더욱 정신을 차리고 다각적인 전략과 대응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