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민선 1기 7대 관광지 조성사업이 발표된 후 함평 용천사 꽃무릇큰잔치는 시작됐고 상사화 자생지인 불갑면민의 자존심은 동요됐다. 예산이 전무하고 인원동원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3회 불갑면민의 날 및 제1회 불갑산상사화 꽃길 등산대회를 강행했던 것이다.
군에 행사지원을 요청하였지만 타 읍면과의 형평을 제기해 거절당했고 작은 비용의 빈약한 프로그램으로 비웃음을 당하며 면단위 행사의 한계를 느꼈지만 30명도 채 안되는 청년회원들의 의지를 한데 모으는 동기를 부여했다.
민선 3기 영광군 7대관광지 조성사업이 완료돼 제법 주차장과 화장실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행사 명칭을 전국적 행사를 지향한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하지만 상사화없는 상사화축제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상사화축제 명칭의 사용목적은 타군과의 차별화와 불갑산만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상사화의 복원을 통해 7월말부터 9월말까지 축제기간을 설정해 이 기간 동안 불갑사의 역사와 불갑산의 식생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전시·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념식 및 부대행사는 상사화류 중 가장 화사한 꽃무릇으로 관광객을 유인해 대미를 장식했다.
지금까지 불갑면민은 불갑산이 면민의 산이 아니고 영광군민의 자산이라 생각하며 관리해 왔고 잘 가꿔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일관된 뜻을 유지하고 있다. 각 자치단체별로 지역을 홍보한다는 미명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축제가 만연하다.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해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제의 성공열쇠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관광객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다.
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면민이 하나가 된 결정체며 또 다른 준비를 재촉하는 채찍이라 생각한다. 벌써 내년행사 농산물 판매부스를 예약하려는 주문이 쇄도한다. 행사부스를 분양하기 위해 애를 태웠던 예년에 비하면 진일보한 현상이다.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는 우리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수산물을 축제로 잘 포장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영광군에서 인증하는 농·수산물을 연중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는 불러들여 문화를 가미해 홍보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이웃 일본의 후쿠오카 지방에도 꽃무릇이 자생한다. 이곳은 두더지가 논두렁에 굴을 파고 생활해 농산물을 도둑맞곤 했다. 주민들은 궁리 끝에 꽃무릇에 독성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꽃무릇을 심었더니 두더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꽃무릇과 고개숙인 연녹색 벼의 색깔에 매취된 사진작가의 방문을 시작으로 관광객이 몰려 수확전 벼의 판매 예약이 끝나버렸다. 이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이 농부에게 가져다준 작은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한농연 영광군사무국장 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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