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식품의약안전청장이 국회에서 “공업용 화학물질을 설마 우유에 첨가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멜라민이 검사대상에서 빠졌다”라고 한 말은 안이하다 못해 한심하게 들린다. 중국산 멜라민 사료와 분유 나아가 유제품에 대한 빨간 경고등은 이미 켜져 있었다. 멜라민 사료 파동이 난 뒤, 미 식품의약국 FDA가 멜라민 추적검사를 식품으로까지 확대한 게 지난 해 4월이다. 주한 중국 대사관도 중국산 사료와 식품에 멜라민이 함유됐을 가능성에 대해 몇 차례 경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들은 그동안 중국산 가짜식품과 유해식품을 익히 보아 왔다.
그래서 사실상 손을 놓고 무사태평하다가 “멜라민을 첨가했을 것으로 상상도 못했다”라는 식품 최고 전문가의 말은 해명이 아닌 어설픈 변명으로 들린다. 멜라민 분유 사태가 터진 뒤 5일 뒤에야 조사에 들어가고, 2주 후에야 문제가 되는 제품을 거둬들이게 된 것도 이런 수준 낮은 인식 탓이 크다고 본다.
멜라민 사료 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미국에서 문제가 된 중국산 사료와 애완견 먹이가 국내에 수입됐는데도 업계의 자체적인 검사 결과만 믿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던 멜라민 사료가 지금에서야 적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식품의 안전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식품 위해 정보는 결코 과장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는 걸 우리는 광우병 파동을 통해 배웠다. 현재로선 문제의 멜라민 식품을 섭취했더라도 건강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품 당국과 업계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식품은 발 빠르게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 대통령도 식약청을 전격 방문해 검사도 중요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신속한 회수와 폐기를 지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이런 식의 대응에 있다. 이처럼 무슨 일이 생기면 사전 대책없이 뒷북만 치는 당국과 그 뒷북이라도 이용해 생쑈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꼴불견이다. 행동에는 항상 진정성이 동반해야 믿음이 가는 것이듯 그토록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이제는 ‘사후약방문’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우선 국민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약발이 다 떨어진 대책을 재탕하는 어리석음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국에서 생산된 과자에서부터 커피 크림까지 인체에 유해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어 과자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커피를 숭늉보다 더 좋아하고 즐겨먹는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먹을거리가 위협받는 비상시국이다.
이러한 위기에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꼼수가 아니라 묘수다. 당장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쏟아내는 사탕발림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약을 원하고 있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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