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먹거리를 생산하는 현장이며 각종 공업원료의 생산현장이자 그 원료로 만든 공산품의 소비시장이다. 또한 농촌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국민 모두의 고향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농민은 가리고 숨길 줄 모르는 생명산업의 생산자이며 순진한 소비자다. 따라서 농촌 현장에서 땀흘리며 살아가는 농민의 천직인 농업은 민족경제 발전에 있어 기초산업이요 생명산업으로서 겨레와 나라의 삶에 바탕이 되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줄곧 수탈의 대상이 돼 왔고 농민은 사회적으로 천대받아 왔으며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소외돼 왔고 문화ㆍ교육ㆍ보건 등 각 분야에서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왜 이렇게 됐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농민이 게을러서 빈곤하다고 한다. 또한 농사기술이 부족해서 생각이 보수적이고 검소하지 못해 빈곤하다고 한다. 참으로 잔인한 흉계가 숨어있는 말임은 역사를 보고 농촌 현장에 가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농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검소한가를 확인할 것이다. 사회현상을 개인현상으로만 보면 진실은 가려지고 자신도 모르게 잔인한 인간이 되거나 정신병자가 되는 게 물질만능 시대인 오늘날의 커다란 병폐다.
사람은 본디 여럿이 함께 살도록 돼 있으며 함께 살아야 체험을 통해 제대로 산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여럿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여럿의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마음이 통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을 사람들은 정치라고 부른다. 함께 살기를 원하는 한, 가정ㆍ국가ㆍ국제사회ㆍ종교집단도 정치가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국민의 정치적 사명은 클 수밖에 없다. 이기주의가 드세고 차별이 심한 사회일수록 문제가 크고 많기 때문이다. 사회가 분화되고 계층분열이 심할수록 비인간적인 거짓 정치 현상이 드러나기 쉽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란 선전구호 역시 국민을 떠나 정치를 독점하겠다는 흉계에 불과하다. 거짓 정치는 국민을 무더기로 병들게 해 그 사회를 산산조각으로 갈라놓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면 이웃을 외면하는 것이고 하늘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농촌이 이렇게 어려운 현실도 따지고 보면 정치와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정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세상을 살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제대로 사람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사명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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