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인식시켜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고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1973년 3월30일에 기존의 어민의 날(4월1일)·권농의 날(6월1일)·목초의 날(9월5일)이 권농의 날(5월 첫째 화요일)로 통합되면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규정됐다.
1996년 5월30일 권농의 날이 폐지되면서 11월11일이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됐으며 1997년 5월9일 농어업인의 날에서 농업인의 날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흙토(土)자가 되풀이되는 토월토일(土月土日)인 11월11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흙토(土)자를 파자(破字)하면 <十一>이 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농업인의 날이 11월11일로 지정됐다.
아주 그럴싸한 제정취지가 배어 있는 농업인의 날임에도 우리의 농민들은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날 우리농촌이 이렇게 된 데는 ‘세계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세계화는 결국 극심한 경쟁을 구조화하는 체제다.
그러므로 가장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경쟁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고 사회적 약자들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서로 피나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삶의 근본을 성찰하고 자연환경을 배려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여유는 사회 전체적으로 갈수록 줄어들게 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는 공통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바로 농업의 몰락이다.
한국은 더 이상 농업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수십 년간의 경제성장으로 한국사회는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중개무역으로 먹고사는 비농업 사회와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이만한 국토와 몇천만명이나 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사회가 농업을 방기하고도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로서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광기일 따름이다.
지금 중국에는 농업문제 전문가로서 중요한 발언을 하고 있는 윈 티에쥔(溫鐵軍)이라는 지식인이 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 중국, 한국, 일본을 근본적으로 소농에 기반을 둔 농업 중심 국가로 가야만 장기적으로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이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의 노선에 따라 서구 문명을 모방해 이른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일방적인 공업화의 추구에 매진해 옴으로써 농업, 농촌, 농민을 방기해 왔는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에 의한 것이었음을 지적한다.
옳은 말이다. 서구 국가들이 소위 선진국이 된 것은 식민주의 제국주의적 지배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그들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산업이 바로 농업이라는 사실을 함께 가슴에 새기면서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해법이 보인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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