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도 어느덧 종반에 접어들었다. 다음달 9일 회기종료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각종 민생법안은 물론 가장 시급한 새해 예산안 처리마저 제자리걸음이다. 하루가 다르게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로 퍼져가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경제회생의 관건이 될 새해 예산안을 다루는 국회는 협상은 커녕 오히려 대결 분위기만 키우는 모습이다.
이번 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될 예정이지만 새해 예산안은 그 부수법안이라 할 종부세 개편 등 감세안에 발목이 잡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총 283조 8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경제살리기에 최우선을 둔다는 목표로 12조8천억원정도의 적자재정으로 수정 편성됐다.
여당은 경기부양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감세안과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정부 원안대로의 통과를 주장하지만 야당측은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안은 대폭 축소돼야하며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지만 야당은 감세안 개편과 예산안 처리의 연계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까지로 돼있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고 여야합의로 처리시한을 8일까지로 늦췄지만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연내처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위중한 시점에도 상임위에서는 각 정당과 지역구에 대한 이해관계와 선심성 항목이 반영돼 정부안보다 예산이 크게 늘어나고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가 대폭 증액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권이 과연 지금의 위기국면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불요불급한 예산삭감 등 엄격한 심사를 위한 진통이라는 여야의 주장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이번 새해 예산안 처리도 결국 시간에 쫓겨 막판에 일괄타결이라는 정치적 협상에 맡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 정쟁의 볼모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며 정치불신은 회복될 수 없는 단계로 악화될 것이다.
언제라고 정치권이 국민들의 아픈 곳을 알아서 쓰다듬어 줬던 적이 없다보니 딱히 기대하는 것은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정치권의 현명한 결단을 은연중에 바라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공식, 비공식 대화채널을 가동해 진지하고 당당한 자세로 감세안의 거리를 좁히고 예산안의 용처를 조율해야 할 것이다. 여당은 거대의석을 준 국민의 뜻에 맞게 책임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하고 야당은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는 신뢰를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예산안 처리는 그야말로 경제위기 극복에 올인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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