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번만은 사후 약방문 되지 않게 하소서!
제발 이번만은 사후 약방문 되지 않게 하소서!
  • 영광21
  • 승인 2008.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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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의 인사는 “밤새 무사하십니까?”라고 한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연말을 앞두고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기업들은 부도 공포에, 서민가계는 생활고 불안에 떨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겁이 난다고들 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경기부양책을 믿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33조원 규모의 재정자금 가운데 실제 집행된 것은 유가보조금 5조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돈이다. 기업들은 벼랑 끝에서 외줄을 타고 있는데도 정부는 내년에 보자는 식으로 미루고 있다. 예산조달 방법은 생각하지도 않고 인기에 편승해 불쑥불쑥 정책만 발표한 셈이다.

당장 올해 쓸 예산을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 정부가 내놓은 24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대책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돼 있어 국회의 예산안 통과만 기다리고 있다. 추경예산이라도 편성해 연내에 경기부양에 본격 착수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9월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이 2주만에 상·하원을 통과해 현재 3,500억 달러가 집행됐다. 우리와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 정부는 지난 10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1조6,500억원 규모의 정부 보유주식을 출자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것마저도 출자 주식 평가작업 등을 이유로 한달 넘도록 시행하지 않고 있다. 돈이 뒷받침 안 되는 경기부양 대책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관련부처 간의 이와 같은 엇박자 못지않게 국민들의 기를 억누르고 있는 건 국회다. 입만 뻥긋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작자들이 그렇게 많이 포진을 하고 있는 국회가 하는 일을 보면 시정잡배들보다 못하니 어쩌란 말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 일에 앞장서도 시원찮은데 국회는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처리는 뒷전에 둔 채 사사건건 트집으로 위기를 더욱 조장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모든 국가들이 살아남기 위해 초비상인 마당에도 알량한 정쟁에 연연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경제위기극복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급을 다투는 일이다. 일체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접고 경제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도 꼴불견이지만 정부의 하는 양은 더욱 가관이다. 어느 것 하나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이 없어서 믿을 구석이라곤 눈 씻고 봐야 찾을 길이 없는데 ‘믿고 따르라’는 말만 공염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믿음이란 것은 믿으라고 해서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믿을만한 행동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니 말만 앞세우지 말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처신을 하면 될 일이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어서 이명박 정권이 있는 것이지 기껏 5년 임기의 이명박 정권을 위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에 입각해서 모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