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 보다 중요한 건 화합과 신뢰
치산치수 보다 중요한 건 화합과 신뢰
  • 영광21
  • 승인 2008.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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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명박 정부가 감추고 있던 속내를 드러냈다. 경제위기를 틈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내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겉으로는 홍수나 가뭄피해에 대비하고 하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 믿자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급격히 위축되는 고용과 소비심리를 촉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맞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더듬어보면 이면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해 뒷맛은 영 개운하지 않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치산치수는 국가운영의 기본이 되는 사업이므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하천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걱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가 조금 내리면 가뭄걱정, 비가 조금 세차게 내리면 홍수걱정을 해왔다.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4대강 주변지의 한해 홍수 피해액은 2조7천억 원에 달한다. 최근 5년 동안 피해 복구에만 4조2천억 원이 지출됐다. 그런데도 이 기간에 예방을 위한 비용은 겨우 1조억원에 불과했다. 피해가 나야 하천을 정비한다고 법석이지만 예방차원의 공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천정비사업은 예산만 확보되면 보상없이 곧바로 일자리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이란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토지보상절차 등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도로ㆍ철도 등 다른 사회기반시설 사업보다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새로운 뉴딜정책으로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4대강 살리기로 19만개 규모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2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가 있은 다음날 증권시장에서는 건설주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일부 지방 건설회사들은 일자리창출로 지역경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공사수주가 지역 중소건설사보다는 공사경험이 많은 대형건설사들에 유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지역에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지역에 도움 되는 사업이 되도록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그리고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도록 계획되고 시행돼야 한다.

더불어서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건설을 위한 기초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토목과 수자원 관련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분명히 대운하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 불신을 씻기엔 미흡하다. 정부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앞서 이와 같은 의혹과 오해를 씻어내야 할 것이다. 국가운영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치산치수 사업을 함에 있어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오해와 불신을 안고 있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서글픈 일이다. 모든 것을 드러내 놓고 투명하게 사업을 전개해 국민 대다수에게 짙게 팽배한 의혹을 말끔히 씻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 아무리 중요한 사업이라도 그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치산치수가 국가운영의 중요한 사업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화합이란 사실을 항상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