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희망을 먹고 산다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산다
  • 영광21
  • 승인 200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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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08년이 저물었다. 자칭타칭 ‘경제대통령’이란 자와 함께 시작한 해라 다른 해보다는 사는 게 좀 나아질까 은근히 기대를 했건만 무자년의 끝은 오히려 더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당선된 만큼 투자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큰소리 탕탕 치면서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연일 국민을 상대로 ‘기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또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은 조폭들처럼 ‘구역싸움’을 하느라 배고픈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으니 마냥 서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살지 않을 수도 없으니 살아야하건만 경제사정이 나아진다는 어떤 전망도 아직 없다. 오히려 더 나빠진다는 얘기만 나오고 있으니 도무지 신명이 나질 않는다. 내년에는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질 거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병이 든 부모를 모시거나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몇 배나 큰 근심에 휩싸였다. 경제위기는 바로 가정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월급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 가족들의 처지는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은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움직임이다.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줄여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침체된 경기로 인해 업계는 감산과 조업단축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규직 노조의 따뜻한 마음이 일자리 나누기로 나타난 것이다.

또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우이웃돕기에 소액 기부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기사가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자신들도 어려울 텐데 더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눌 줄 아는 정이 얼어붙은 경제한파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동안 우리는 참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진 경제 때문에 힘들었고 진정성이 없는 정권의 믿을 수 없는 정책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껍데기와 알맹이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헤맸다. 바스락거리는 껍데기들을 속이 꽉 찬 알맹이라고 떠들어대는 선전과 홍보와 주장에 헷갈렸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조금의 민망함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알맹이 시늉을 하는 무리들의 모습에 진저리를 쳐야 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를 하고 새로운 해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서 지난해를 항상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사는 것 자체가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는 뜻이다. 제 아무리 편하게 지낸 해라고 하더라도 지나서 보면 숱하게 많은 일이 있었고 그에 못지않게 어려움도 있게 마련이다. 올해도 그런 인생의 한 장이란 생각으로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우리는 한층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갖가지 갈등과 특권의식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실상들을 묵은 해에 실어 보내고 희망을 키워야 한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험하다고 하더라도 희망이 있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소통의 길을 열어서 국민들에게 희망이란 삶의 에너지가 넘치게 해야 할 때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