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특별법 5건 국회 제출 상태…여야 개편논의 대세속 전문가들 문제제기

백년대계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6월말 현재 국회에는 총 5건의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이 제출돼 있다. 한나라당 권경석, 민주당 우윤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데 이어 6월24일 민주당 박기춘, 25일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도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법을 국회에 잇따라 제출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 3당 모두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시동을 건 셈이다.
허태열 의원이 집권여당 최고위원이며 이달초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관심이 새삼 집중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 이념 등의 고질적 문제해소를 위한 ‘근원적 처방’을 거론한 가운데 지방행정체제 개편도 그 처방의 하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한껏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행정체제 개편 개헌만큼 어려워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히 행정구역이 바뀌는 것을 넘어 국가통치방식 및 분권·자치구조의 변화, 국민의 살아가는 방식의 변경 등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개헌만큼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섣불리 이 문제를 다룰 경우 지역 및 자치단체 이기주의에 따른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선거구제 개편 문제와 맞물린다면 정치권 전체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허태열, 권경석, 우윤근 의원의 안은 대동소이하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종전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로 두고, 인구, 면적, 경제·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인접 시·군·구를 통합, 50∼70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만든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러나 권경석, 우윤근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하고 국가위임사무와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등을 수행하는 광역행정기관을 설치할 것을 주장한 반면, 허태열 의원은 시·군·구 통합이 2/3 이뤄진 이후 ‘도’의 기능과 지위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허태열 “연내 개편 입법 목표”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시·군·구 통합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광역시를 도로 통합, 전국을 8개 가량의 광역단체로 재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명수 의원은 ‘강소국연방제’라는 자유선진당의 당론을 법안에 담았다. 인접 시·도를 통합, 전국을 5∼7개 광역단위로 나눔으로써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자는 것이다.
특위 위원장인 허태열 의원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은 별개의 문제”라며 “시·군·구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얼마든 소선구제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두 문제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시·군 인구수가 너무 많아 주민 개개인의 생활문제를 지방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정치권의 시·군 통합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지방정부를 주민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해 정책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의견이 제기돼 주목된다.
전문가들 "획일적 잣대 토목적 발상"
6월30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안 대토론회>에서 인하대 이기우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국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스럽고 토목적인 발상”이라며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도의 폐지 분할은 지방분권을 위한 논리가 아니라 중앙집권화를 추진하기 위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권 주장의 핵심은 도 폐지, 시·군 통합으로 지방자치의 규모와 역량을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라며 “행정체제 개편은 시대적 요구이긴 하지만 통일을 염두해 두는 한편 군소 광역 지방정부의 규모와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시·군 자치구 단위는 광역지방정부와 별개의 기능을 수행하므로 존속이 필요하다”며 “도의 기능과 시·군의 기능이 대부분 중복돼 낭비와 갈등이 유발되므로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와 도, 시·군간에 중복된 기능을 정리하는 기능개편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구역개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행정체제 개편은 주민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르도록 해야 하며, 지금 절실한 것은 국가의 기능회복을 위한 지방분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대 안성호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인지 여야의 아무런 갈등없이 논의되고 있다”며 “도자치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관치행정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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