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봉산은 서쪽에서 바라보면 주봉인 천황봉만 봉긋 튀어나온듯 보여 산세가 전형적인 육산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지만 남쪽과 북쪽 그리고 동쪽에서 바라보면 정상으로 오를 틈이 없을 정도로 앙팡지고도 험난한 바위산이다.
정상을 향해 줄달음치듯 이어지는 아홉개의 암봉이 연출하는 자연미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이와 함께 바위와 노송이 우거진 남동릉과 지릉들이 한데 어우러져 높이답지 않게 웅장한 산세를 보여주고 있다.
구봉산 산행은 윗양명과 물탕골 연화골 천황사 등 네가닥으로 나눌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있는 코스는 윗양명 코스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천면 운봉리 윗양명은 진안과 금산을 잇는 725번 지방도로변에 위치한 마을로 길가 넓은 공터에 대형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등산로 안내판과 그 옆으로 콘크리트 등산로가 있다.
윗양명 다리를 건너면 구봉 2㎞, 구봉산(천황봉) 3.3㎞란 자그마한 팻말의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뒤로 하고 콘크리트길로 1㎞쯤 가면 삼거리 길이다. 곧바로 올라가면 연화골 천황암 저수지쪽으로 올라가 8봉과 9봉 사이로 오르는 길이다.
원점회귀산행을 원한다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진행해야 1봉을 거쳐 아홉봉을 지나 천황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지능선으로 접어들어 소나무 숲쪽으로 낙엽송과 함께 10여분 걷노라면 주위 산릉들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선을 가진 암봉군이 드러난다.
9개의 암봉을 한줄로 꿰는 주능선에 올라서서 팻말이 가리키는데로 밧줄난간을 잡고 오른쪽 잘록이를 지나 오뚝한 산봉 정상 좁은 곳에 풀포기라곤 한가닥도 붙어 있지 않은 헐벗은 무덤이 누워있다.
무덤 정수리를 피해 절벽위로 1봉과 2봉 사이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올라 정상에 서면 남녘으로는 태양광을 등에 업은 수많은 산릉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농담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겹무늬를 이루고 있다.
이어서 3봉을 밟고 4봉 750m선을 넘고 나면 평범한 암반을 이룬 쉼터다. 이곳에서는 구봉산의 주봉인 천황봉의 발치까지 드러나 보인다. 이후 암릉 난간길에서 청동의 묵직한 쇳조각 같은 질감으로 구봉산릉 북쪽 계곡 중간에 들어박힌 연화저수지와 천황암 그 주변의 밝은 갈색 산비탈이 이룬 조화에 시선을 빼앗기고 앞으로 올라야 할 천황봉이 가파르게만 보인다.
곧이어 비탈길을 지나 5봉 짚기를 잊고 걷노라면 6봉이다. 이곳에는 천황봉 1㎞가 남았음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회색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고지대를 지나 도착한 곳은 7봉과 8봉 사이다. 깊은 절벽으로 갈라져 있으며 곧이어 9봉에 다다른다. 이곳 정상은 평평하며 나무그늘도 있어 점심식사하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9봉에서 한부로 내려서면 출발점인 윗양명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산죽밭 안부를 지나 길은 오른쪽으로 우회전해 거대한 암벽아래 협곡으로 이어진다. 작은 석축을 쌓고 파이프를 박아 만든 샘터는 샘물이 잘 마르지 않는 곳으로 등산인들에게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샘터를 지나면 위쪽으로 굵은 옹아줄이 매어져 있다. 천황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밧줄을 잡고 조망점을 하나씩 잡아오를 때마다 갑절로 커진 환희를 선사한다. 구봉산 1,002m에 서면 아홉봉이 오후 햇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며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톤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하산은 9봉으로 내려와 천황암쪽으로 내려설 수도 있고 천황사쪽으로 1.2㎞ 내려서다가 삼거리에 윗양명쪽으로 하산하면 다시 출발점인 주차장에 도착한다.
< 등산 코스 >
코스 : 양명교 ~ 삼거리 ~ 벤치 ~ 1봉, 2봉 ~ 3봉, 4봉, 5봉 ~ 6봉 ~ 7봉, 8봉 ~ 9봉 ~ 깔끄미재 ~ 천황봉 정상 ~ A지점 ~ 윗양명 ~ 주차장 = 약 6시간 ~ 7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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