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껏 최선 다해 주민 섬기는 ‘주민들 방앗간’
양심껏 최선 다해 주민 섬기는 ‘주민들 방앗간’
  • 박은정
  • 승인 2011.09.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수 중앙떡방앗간
곡식을 찧거나 빻는 방아를 설치한 한국의 순수한 건물인 방앗간.

예전에는 대개 시골의 집 안에 있거나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기계가 발달되며 방앗간의 규모가 커지고 곡식을 찧거나 빻는 일도 쉬워졌다. 또 최근에는 쌀과 보리 등의 곡식은 미곡처리장 이나 규모화된 정미소를 거쳐 도정되고 떡 등도 전문떡집에서 자체적으로 기계를 두고 사용해 방앗간의 기능이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시골에 위치한 방앗간에서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주민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예전 이맘때면 고추방아를 많아들 찧으러 왔는데 올해는 고추농사가 안돼 방아를 찧는 사람이 절반은 줄었어”라며 트럭에 실린 마른 고추를 내리는 송옥예(65)씨.
장갑과 마스크 등을 챙기고 뒤따라 내리는 아주머니는 아마도 고추방아를 맡긴 마른고추의 주인인 듯 싶다.

백수읍 죽사리에 위치한 중앙떡방앗간(대표 송옥예)은 쌀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다 15년전 방앗간으로 업종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사람 좋기로 이름난 남편과 주변사람을 잘 챙기는 마음 넉넉한 아내, 이들 부부가 운영하던 중앙떡방앗간은 떡방아, 고추방아, 참기름, 깨 등을 볶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특히 요즘 같이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사람들이 밀려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곳 중의 하나다.

지금도 꾸준하게 단골이 찾아오고 있지만 고추방아가 가장 많고 떡방아는 거의 찧는 사람이 없다.

특히 고추방아를 찧는 절구가 일반적인 방앗간은 쇠로 돼 있지만 이곳 중앙떡방앗간은 돌로 돼 있어 고춧가루 고유의 맛을 살리고 불순물 유입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민들이 믿고 방문하고 있다.

나눔 실천하는 이웃사촌으로 바른 영업지향
“요즘 집에서 떡을 몇이나 해먹어야제. 다들 떡집에서 사다가 차례도 지내고 제사도 지내고 그러제. 게다가 모싯잎송편집이 많이 생겨 추석에도 송편을 빚는 사람이 없당게. 설명절이나 가래떡이라도 쫌 한디 작년에는 눈이 많이 와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당게”라며 명절대목이 예전만 못한 것을 말하는 송 대표.

그는 10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50대 중반 당당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해 방아를 찧는 사람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물건을 실어오고 실어다 주고 있다.
물론 다른 방앗간도 이와 같은 서비스를 모두 펼치고는 있지만 송 대표는 유난히 마을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대하며 친절해 주민들이 더욱 반기고 있다.

“남편이 저세상으로 떠나고 혼자 방앗간을 운영하다보니 욕심껏 할 수가 없어 힘닿는 만큼만 하고 있다”는 송 대표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양심껏 최선을 다한 영업으로 신뢰를 쌓아 고정고객이 제법 있는 편이다.

“고추 등 방아거리를 실러 가서 그 집에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이제는 그들과 가족처럼 지낸다”는 송 대표는 무엇보다 찾아오는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방아를 찧어주고 사업이라는 목적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산다는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사촌으로 돈독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참새 방앗간’이 아닌 주민들이 오가며 부담없이 방문하는 ‘사람들의 방앗간’으로….·

인터뷰 / 송옥예 중앙떡방앗간 대표

“장사보다는 사람간 정이 소중하죠”

남편과 함께 방앗간을 운영할 때는 장사도 지금보다 잘 되고 손님도 많았지만 지금은 나이도 먹고 혼자 꾸려가다 보니 힘에 부쳐 많은 일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주민들이 있어 생활을 꾸려가고 3남1녀의 자녀들도 뒷바라지 할 수 있었다.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특별히 잘해 주지는 못하지만 거짓없는 솔직한 마음만은 변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방앗간을 이끌어 갈지는 모르지만 하는 동안만큼은 힘닿는 한 최선을 다하고 한 가족처럼 대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며칠 안 있으면 맞을 추석에 자녀, 친지들과 화목하게 지내시길 기원드린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