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성의 묘미 안고 가야산 9시간 종주
석화성의 묘미 안고 가야산 9시간 종주
  • 영광21
  • 승인 2011.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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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1,429.8m의 남산 제일봉 1,010m 종주산행
국립공원 가야산(1,429.8m)은 3개군 5개면에 펼쳐져 있는 산이다.

가야산은 1년내내 산불예방과 관계없이 산행을 할 수 있으며 산행코스는 가야산 2개코스, 남산제일봉 2개코스로 나눌 수 있다. 두 코스 모두 정상으로 이어져 횡단 또는 왕복산행이 가능하며 원점회귀 산행을 원한다면 남산 제일봉을 거쳐 가야산으로 접근하는게 수월하다.

산행은 해인사 일주문을 못미쳐 청량사 입구에서 하차, 청원도예를 지나면 매표소와 곧이어 청량사에 들려 수통에 물을 채운 다음 우측길로 산능선길을 따라 40여분 올라서면 기대에 걸맞는 풍광이 우리를 맞아준다. 수많은 바위들이 서로 등을 맞댄 채 솟구친 남산제일봉은 그야말로 바위꽃의 동산이기도 하다. 석화성石火星의 절정이 가야산 정상 상왕봉이 아니라 남산 제일봉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급경사 사면길을 따라 걷다보면 철계단이다. 이곳을 지나면 제일봉 정상이다. 정상에 서 사방을 휘돌아보면 그 모든 풍광이 내가 아닌 모든 이의 품안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하산은 관광호텔단지 치인리로 내려서야 가천분소로 옮기기가 수월하다. 이곳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3시간30분이다.

가야산 정상 산행을 수월하게 하려면 이곳 가천분소 주변에서 1박을 한뒤 다음날 일찍 시작하는게 겨울산행에 원칙일 것이다.

둘째날 일찍 출발해 가천분소 주차장에 다가서는 사이 시야에 들어오는 가야산은 웅장하기 그지없다. 자연성곽을 이룬 칠성봉과 동성봉의 바위능선 그 남쪽 사면에 가파르게 뻗어내린 기괴한 형상으로 솟구친 암릉과 암봉 등 파란하늘을 뚫고 올려칠 기세로 바위능선의 절정을 보여준다.

산행은 용기골로 접어들면서 뭔가 마음 편치 않은지 모두들 발걸음조차도 조심스럽다. 산밖은 훈풍이 옷깃을 파고들건만 산안은 아직도 한겨울에 머물고 있다.

골짜기를 메운 바윗덩이들은 아직도 얼음옷과 눈옷을 두껍게 껴입고 물소리마저 냉랭하다. 오늘도 정상쪽에는 눈보라가 날리는 것 같다. 물줄기를 건너선 다음 언덕배기에 올라서자 식생이 달라진다. 물소리도 사라지고 산죽밭이 나타나면서 적요감이 시위를 휘감는다. 이곳 가야산에도 태풍의 피해로 철계단이 무너지고 등산로가 끊어졌는가 하면 산길 곳곳이 깊게 파여 나간 상태다.

계단길을 따라 서성재에 올라서는 순간 바람이 기다리고 있는 듯 세차게 불어와 순간적으로 땀이 식어 버린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다. 능선위의 우뚝 솟아 오른 정상부의 바위들은 봄바람을 기다리던 터에 예상치 못한 한겨울 바람이 맞았는지 바짝 얼어 붙었다. 서성대에 도착해 위쪽에 쌓여있는 돌무더기는 옛가야산성이다.

용기성이라고도 불리는 가야산성은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석축둘레 1만5,935척에 높이 5척이라 나와 있으나 언제 어떤 목적으로 축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단지 조선 숙종때 북쪽 독용산성이 수축된 이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방치돼 오다 거의 다 무너져 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세월동안 돌끼리 부둥껴 앉고 흐트러지지 않은 채 산등성을 따라 쌓인 가야산성을 조심스레 밟고 오르자 철계단 길이 나타난다. 해인사를 출발해 정상을 거쳐 용기골로 내려설 수 있는 구간이다.

바위 꼭대기에는 정상인 상왕봉보다 3m 높은 해발 1,433m 높이와 전설이 적힌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지만 지금 칠성봉이 높냐 상왕봉이 높냐 따질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곧이어 가야산 정상 상왕봉에 올라서자 정상아래 턱에는 우두봉牛頭峰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표석이 서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가야산은 일명 우두산이라 하고 이 책의 소리암 중건기에는 우두산 외에도 설산 상왕산 중향산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나와 있다.

조선 숙종때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가야산을 12대 명산으로 꼽으며 바위가 불꽃처럼 피어 오르는 형상을 일컫는 석화성의 절정이라 극찬한 가야산 정상은 경남을 대표하는 조망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가야산 정상에서의 하산은 해인사로 내려서면 된다. 약 5시간 ~ 6시간 소요

김종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