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기주의를 짝사랑으로 둔갑시키는 살풍경을 목도하며
조직이기주의를 짝사랑으로 둔갑시키는 살풍경을 목도하며
  • 영광21
  • 승인 201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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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5일자 <영광21> 독자투고를 읽고 아연실색 망연자실의 공허함과 비애는 나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조건없는 사랑이 짝사랑이다. 상대의 무관심 심지어 미움까지 보듬어야 짝사랑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독자 투고의 글 어디에도 농민 조합원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 없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 농협을 향한 무차별적 사랑과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농민들에 대한 적의와 뿌리 깊은 편견에 기반한 글로 포장된 푸악질만 난무할 뿐이다.

영광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쌀농가 소득증대의 중심이 돼야 할 영광군통합RPC가 그간의 만성적인 적자경영의 고리를 끊고 영광쌀의 위상 및 소비자 인식제고로 새롭게 출범한 원년, 농민들에게 적발된 타지역 쌀과 나락만 800여t이다.

더 큰 문제는 시종일관 이런 사실을 부인해 왔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표이사 자진사퇴로 마무리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협의 시간을 보장했고 인내를 갖고 기다리며 자진사퇴의 입장을 이끌어 냈다.

명실상부하게 농민조합원이 중심이 된 통합RPC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추위에 모닥불 피우고, 식사시간 농민들의 음주,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시간 끌기로 일관한 대표이사의 자세에 분노한 참가 농민들의 소란을 마치 무법천지의 상황으로 호도하는 것에 개탄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이땅의 농업이 개방의 문을 열고 급기야 한·미FTA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신음하고 있다. 한·미FTA가 날치기로 통과되던 날 미국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장문의 문자는 탄식과 분노 일색이었다.

대한민국이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친구의 문자를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섬뜩함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존립 기반인 농업의 암담한 미래를 보며 공룡처럼 비대한 조직 농협은 그 흔한 반대광고 하나 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지 않았던가.

분노와 적의를 표현할 방향을 농민에게 돌리고 중대한 과오를 관행으로 애써 포장하며 아직도 반성과 성찰없이 농민단체와 농민비난에 열심인 저들을 언제까지 보듬고 함께 가야할 지 막막한 생각뿐이다. 어찌 직원 개인의 문제이겠는가.

이땅의 농민이 모두 사라지고서야, 저 들녘이 모두 쓸모없는 황무지로 변하고서야 그들은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런지 모를 일이다.

자신들의 오늘을 있게 한 선조 농민들의 피와 땀의 역사, 유사 이래 언제나 수탈과 착취
의 대상이었던 농업·농민이 이들의 자부심이 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농업의 범주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로서 본분을 잃지 않는 성숙한 자세로 거듭 나길 진심으로 촉구하며 글을 맺는다.

영광군통합RPC 개혁 집회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