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1,097m) 7시간 종주산행
봄철 건조기가 닥치면 전국은 산불예방에 비상이 걸린다. 이 많은 지역의 지자체와 산악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 소식에 24시간 비상사태로 지낸다. 유난히 겨울 가뭄이 심한 시기에는 주요 등산로의 입산통제가 2월 중순으로 빨라진다. 산불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다.
하지만 5월까지 계속되는 이 기간은 등산인들에겐 고역의 세월이다. 국립공원은 물론 대도시 인근의 산들도 등산객을 통제해 오를만한 산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중 다행인 것은 국립공원 가운데 일부나마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기암으로 이뤄진 산이다.
이곳 월악산국립공원도 기암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영봉코스 가운데 하나뿐인 덕주사 ~ 마애불 ~ 영봉코스만 개방되고 나머지 세개 코스는 문을 닫는다.
급경사와 절벽 계단길의 연속이지만 바위가 많은 계곡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마애불상에 도착한다. 계곡 중턱에 쌓은 2단 석축위의 커다란 바위면에 양각으로 세긴 부처상이 인자한 미소를 흘리고 있다.
보물 제406호인 이 마애불은 고려시대에 유명했던 대형 불상의 형식으로 높이가 13m에 달할 정도로 크다.
등산로는 석축 아래쪽을 가로질러 마애불 서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월악산 특유의 바윗길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예전에는 밧줄만 매어 있던 곳에 철계단이 설치되고 낙석이 발생하는 장소에도 안전을 위해 신경을 써놓았다.
급경사 사다리길은 영봉 직전의 960m봉까지 약 800m 구간에 설치돼 있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그런가하며 계단길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어 오르는 도중에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게 해뒀다.
거의 절벽과 다름없는 계단길은 아찔하긴 하지만 경관만큼은 정말 뛰어나다. 발밑에 덕주골과 송계계곡이 아스라하고 멀리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스카이라인을 그려낸다. 마애불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소요된다.
절벽위의 테라스에 난간을 두른 그곳에서 보는 영봉과 충주호 일대는 한폭의 동양화 같다. 깍아지른 바위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진 봉오리 뒤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가 펼쳐진다.
전형적인 월악산의 풍광이다. 이곳 전망대를 지나 15분쯤 오르면 960m봉에 도착한다. 이곳에 월악산 삼각점이 있다.
다시 15분쯤 더 걷다보면 널찍한 헬기장이다. 덕주골 코스를 찾은 등산객들에 점심식사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헬기장을 뒤로 하고 5분쯤 걷다보면 삼거리길을 만난다. 지광사가 있는 송계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다. 다시 걷다보면 회색 대암벽을 드러낸 영봉이 정면에 서있다. 영봉 오름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름길은 영봉 남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이 구간의 등산로에는 쇠그물망을 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산길 왼쪽에 영봉의 절벽을 끼고 있어 그곳에서 발생되는 낙석을 막기 위해서다. 펜스가 끝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은 신륵사로 내려서는 길이고 왼쪽이 영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이다.
영봉 북사면으로 들어서니 등산로 상황이 급변한다. 이곳은 이른 봄 2월말까지도 기후변화가 심해 아이젠은 필수로 가져가야 한다.
중봉쪽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지대에 계단이 놓여 있다. 옛날과는 달리 넓은 철사다리로 잘해 놓았다. 삼거리에서 이곳까지 1시간 소요된다.
정상 주변은 실족사고를 막기 위해 고동색 철제 난간으로 한바퀴 둘러 놓았다.
하산은 정상에서 30분 내려서면 동창교 매표소로 내려서는 삼거리다. 이 코스 역시 가파르고 급경사 길이지만 덕주골로 내려서는 시간보다 단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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