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꽃과 함께하는 봄산 능선길
바다와 꽃과 함께하는 봄산 능선길
  • 영광21
  • 승인 201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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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시 웅산 천자봉
대지를 달구는 태양은 날로 높아지고 계곡을 흐르는 물빛에 생기가 넘친다.

낮은 산이 그리워지는 계절 봄이다. 남녘의 야트막한 산자락은 선홍빛 진달래로 붉게 물든다. 아주 잠깐 세상에 얼굴을 들어내는 꽃 융단의 이 시한부 축제는 부지런한 산꾼들에게만 허락된 봄의 축복이다.

웅산 천자봉(703m)은 경남 창원시와 진해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웅산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 동신어산(459.6m)까지 이어진 낙남정맥에서 갈려나온 곁가지상에 자리하고 있다.

낙남정맥상의 창원시 동쪽의 용지봉(723m)에서 남쪽으로 갈린 지능선이 불모산(802m)을 경유해 웅산으로 연결된다.

웅산은 능선길 어디서나 진해 앞바다의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웅산 산행시기는 진해 벚꽃군항제가 끝나는 4월 둘째주쯤이 가장 적합하다.

고속도로 주변의 야산에는 이미 진달래가 만개한 상태지만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는 아직도 희끗한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겨울이 공전하는 잔인한 달 4월이다.

웅산은 창원과 진해 시민들에게는 친근한 꽃밭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알려지지 않는 산이다. 진해시에서는 안민고개에서 정상 ~ 천자봉 ~ 대발령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산불예방기간에도 산행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웅산 진달래꽃 만개시기는 진해 벚꽃군항제가 끝난 1주일후가 꽃을 보기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산길의 고도차이가 400m이상 되니 장소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산행은 안민고개에서 시작한다. 정자가 있는 고갯마루에서 안민생태교 동쪽으로 길게 늘어선 능선을 따라 웅산으로 향한다.

정상에 통신시설이 들어선 불모산을 바라보며 진달래 꽃길을 1시간 가량 오르면 커다란 전망바위에 닿는다. 이곳을 통과해 창원시와 진해시를 바라보며 긴 나무계단길을 벗어나면 삼거리길이다. 오른쪽은 불모산으로 가는 길이며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바위지대인 웅산 정상을 향해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웅산을 지나 작은 구름다리를 넘어 시루봉으로 향하는 순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솟아있는 바위가 있다. 곰메바위다(일명 시루봉, 시루바위다).

진해시에서 세운 안내판에 따르면 이 고장의 진산인 곰메는 신라시대에는 국민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고 근대에 들어 명성황후가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산제를 드렸던 곳으로 명산이라고 기록돼 있다.

오랜 옛날부터 곰메바위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바위를 지나 가파른 사면에 이르면 두단계의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서면 정자가 있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자은본동 삼성아파트 방향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계속해 남쪽능선을 타고 482.5m봉과 송전탑을 거쳐 30분 더 진행하면 웅산 줄기끝의 천자봉에 도착한다.

천자봉에서의 하산은 STX조선소를 굽어보며 급경사길을 내려서면 넓은 평상 등의 시설물이 조성된 산림욕장에 도착한다. 이후 임도를 거쳐 하산하면 진해에서 김해로 이어진 고갯마루 대발령으로 내려서게 된다.


< 등산 코스 >
코스 : ▶ 안민고개 ~ 476m봉 ~ 불모산 삼거리 ~ 정상 ~ 시루봉 ~ 천자봉 ~ 대발령 = 약 11㎞ 4시간30분 ~ 5시간 소요

김 종 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