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 상사화
윤요옥/ 영광군
기다림의 세월이
흐르고 흐릅니다
그대의 모습 보이지 않네요
그대는 어디에 있나요
눈을 감으면
그대 모습 이렇게 내 앞에 있는데
그대는
그렇게 레테의 강을 건너시나요
그대여
저에게 레테의 강을 건너라는 얘기는 하지마세요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없어
그리움만 남는다해도
그대를 사랑했음으로
한송이 꽃을 피우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다림에 지쳐 꽃송이 스러지면
한마리 나비되어 그대 품에 안기리
입선 상사화 연정
양영자/ 광주광역시
매끈한
꽃대궁이
횃불처럼
우뚝 솟아
홍랑洪娘의
첫사랑이
시뻘겋게
타고 있다.
억수가
쏟아져도
꺼질 줄을
모르고.
입선 - 구월의 불갑산 홍학을 보았는가
김선진/ 광주광역시
불갑사 저수지 푸른 물위에
무리 놓친 홍학 한마리가 앉아있구나
가늘고 긴 다리의 곧은 자세며
붉디 붉은 빛은 고고한 학의 얼굴이라
가까이에 서서 그 모습을 살펴도
곧은 자세 흩뜨러질지 모르니
방금 줄기에서 피어오른 꽃과 같도다
향기를 맡으니 상사화 맞고
자태를 보아하니 홍학이 맞을진데
네 이름을 구분 지어서 무엇하랴
저만치 상사화가 불타 내려오는 산기슭
그늘 아래 홍학떼가 열흘을 쉬어가네
입선 - 불갑산 꽃무릇
김철중/ 순천시
해마다 이맘때면
사랑의 허물 벗으려 너에게
버선발로 달려가노니
기다림에 지친 넌,
핏빛 낭자한 그리움들을
동백골에 토해 내고 있었구나
숱한 눈보라의 세월 속에
은장도같았던 너의 단심丹心
오늘따라 초가을 물빛만큼이나 싸늘한데,
해풍에 저려 간기어린 그리움들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해도
마음만 있다면 사랑은 영원하리라고
불갑산 연리지 한 쌍
하트모양 몸짓 보여주며
칠산 앞바다 고운 놀 바라보고 서있네.
* 연리지連理枝 :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한 것. 사이가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를 가리키는 말.
입선 - 상사화
이경주/ 영광군
빨간 립스틱 바르고
가느다란 눈썹을 한올한올 올리며
누구보다 화려한 옷을 입고 웃고 있지만
나는 안다
눈가에 또르륵 눈물 머금은
너의 미소를
화려한 조명아래 슬픈 얼굴을
숨긴다는걸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즐기는 모습으로 춤을 추지만
나는 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가느다란 몸
서림을
차마 누군가 있어 달라는 말을 못하는 바보라는걸
다음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너만의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으면
태양이 질투한다 바람이 괴롭힌다
비가 내리친다
소리라도 내어라
쓰러지기라도 해라
태양이라도 지그시 바라보게
바람이라도 눈물을 말려줄수 있게
비라도 너를 어루만져 줄수 있도록
그런데 감추면… 감춰버리면
태양도 바람도 비도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