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수상 - 바우고 바우다 못 바와
이성수 / 광주광역시 서구
참사랑 핑크로 피려 봄부터 바우다
그 사랑 여름 내내 달아올라서 저리도 빨갛지
여름 홀랑 가도록 흙속에서 바우고 바우다
밭아질 대로 밭아진 사랑이라서 저리도 빨갛지
가을마저 떨구려니 바우고 바우다 못 바와
얼떨결에 내민 얼굴 저리도 빨갛지
가고 없는 이파리 소식에 조금만 더 서두를 걸
바우고 바우다 놓치고 속이 아려 저리 빨갛지
참사랑 이파리로 살짝 가림
불긋불긋 파릇파릇 구색이 오죽 좋으련
넌 꽃대만 오롯이 얼굴 받쳐 들고 서서
뉘 볼세라 무장 열없어서 저리도 빨갛지
사랑으로 달아오른 어느 얼굴이
끓어 넘치는 사랑 아니라서 아니 빨가련
불붙어 새빨간 청춘 어느 사랑이
절절 아니 끓어 아니 빨가련
사랑할 수록 청아한 이파리로 감싸 두를 걸
바우고 바우다 꽃이 지고서야 뒷북치려 나오련
한울님 내리신 죄업이 예 있어
천년만년 못 이룰 사랑 상사화이런가
초가을 무서리에 허무하게 스러지는 사랑
그 사랑 모태 짝사랑 천년만년 짝사랑
바우고 바우다 못 바와 가을 끝물에
활활 불붙은 단풍도 본받아 저리 빨갛지
■ 수상소감
영광에 처음 갔을 때 헤아릴 수 없이 빨간 열정에 젖어버렸습니다. 그리움이 솟아 설렘으로 다가섰을 열정이었을텐데 젖어버리고서야 감당할 수 없이 빨간 농도를 눈치 챘습니다. 어떡할까요? 느낌에도 기억이 있어 바라보다 잊어먹을까봐서 어떻게 자리를 뜰까요? 너울처럼 훑고 토네이도처럼 휘젓는 느낌은 또 어떡할까요? 그냥 돌아와 잊어먹고서야 잊어먹은 느낌을 알아차리면 어떡하죠? 비어버린 자리는 또 어떡하죠? 자꾸 뒤를 돌아보는 서정이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꽃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영광을 방문했습니다. 불갑산에는 글로 풀기 어려운 신통방통한 꽃이 오롯이 빨강으로 펼쳐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열정이 모아 헤아릴 수 없었던 그 열정들, 그 열정을, 설렘으로 다가서서 일렁거리는 제 느낌을 꾸미려 무던히 애를 씁니다. 하지만 글이 모자라 가슴을 치며 무너집니다. 이처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일렁이다가 흩어지려는 자모음의 서정을 포도시 쓸어 모마 응모한 졸작이 ‘바우고 바우다 못 바와’였나 봅니다. 축제에 갈피 하나 끼우듯이 응모했다가 뜻밖에 과분한 최우수상을 받게 되어 적잖이 놀랐습니다.
바람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떠올려봅니다. 이번 수상으로 상사화축제와 영광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고 제 마음자리에 새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
올해 불갑산상사화축제장은 정말 인산인해였다.
축제 1주일전 부터 몰려드는 관광객은 축제가 끝난 후에도 10여일 동안 끊이지 않았다. 산속의 꽃들도 인파에 시달려 더 쉽게 시들었는지도 모른다. 꽃이 시든 후에도 인파는 시들지 않았다. 50만이니 70만이니 할 정도니 짐작할 만하다. 그랬어도 인터넷공모전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였던 것 같다.
많고 적고는 그랬다손 치더라도 작품수준 또한 작년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 해야 될 것 같다. 툭 튀어난 작품도 없었고 그렇다고 쉬이 끌려갈만한 작품도 귀했다.
그런중에도 최고의 자리에 뽑힌 <바우고 바우다 못 바와>는 감칠맛 나는 토속적인 말투로 핏빛 상사화의 속 타는 모습을 잘 그려낸 모습이 돋보여 앞자리에 내 놓았다. 모두 다 뒷자리에라도 놓고 싶은 마음이 동했지만 대회니만큼 그럴 수도 없어 입상권에서 벗어난 응모자들께 아쉬움이 있어 정말 나 또한 아쉽다.
내년에도 곱게 필 상사화를 기대하면서 축하와 아쉬움으로 소감에 대한다.
심사위원 정형택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